하나증권 보고서 캡처JTBC의 채무불이행으로 촉발된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차입금의존도가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황에서 계열사 간 얽히고설킨 지급보증 구조가 재무 위험을 도미노처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채권시장이 초우량(AAA)·우량(AA)·비우량(A 이하)으로 철저히 갈라지는 '3극화(三極化)'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M증권과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 5곳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재무 구조 분석과 채권시장 파장 진단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앞서 12일 JTBC가 만기 도래한 유동화 채무(전자단기사채) 206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중앙홀딩스, JTBC, 메가박스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5사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중앙일보는 채권단과 워크아웃 협상 돌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계열사 신용등급은 잇따라 강등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JTBC의 단기 신용등급을 각각 D로 강등했으며 에스엘엘중앙과 중앙그룹 모체인 중앙일보 단기 신용등급은 C로 낮췄다.
지난해 말 기준 중앙그룹의 총 합산 차입금은 약 2조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 대출 1조2천억원, 리스부채 3천억원 외에 채권과 CP·전단채 등 담보가 없는 '시장성 조달'이 1조3천억원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연결 차입금의존도는 JTBC 74.3%, 중앙홀딩스 72.9%, 콘텐트리중앙 54.8%로 모두 위험 수준을 기록했다. 이 상황에서 계열사 간 지급보증과 자금보충약정으로 묶여 있어 한 곳의 부실이 전체로 빠르게 전이됐다.
실제 채권시장에서는 중앙일보가 전날 '중앙일보43-2' 등 4개 회차(1370억원 규모) 상장채권의 기한이익상실(EOD)을 공시했다. 앞서 JTBC도 4개 회차(2462억 원 규모)의 기한이익상실을 공시하면서 두 회사에서만 약 3800억 원대의 채권 만기가 강제로 앞당겨졌다.
중앙그룹 계열사 채권은 주로 BBB 등급에 포진해 있어 보수적인 기관투자자의 직접적인 위험 노출(익스포저)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금리를 노린 개인 투자자와 일반 법인의 자금이 금융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대부분 소화된 것으로 파악돼 개인들의 투자금 묶임과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내 시장에서는 당장 다음 달 만기인 '제이티비씨36-2' 회사채 가격이 4천 원대로 반토막 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체 채권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국내 일반 회사채 잔고(약 272조원) 중 중앙그룹의 회사채 잔액(8243억원) 비중은 0.3% 수준이며, 전체 BBB0급 이하 잔액(1조3300억원)을 합쳐도 비중이 0.4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위 등급 채권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버티던 JTBC가 무너진 데는 최근 발생한 제이알글로벌리츠 채무불이행 사태의 불똥이 하위 등급 자금 경색을 유발해 구조조정 시한을 앞당긴 측면이 있다"며 "BBB급 시장의 '빅이슈어'였던 중앙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비우량 등급 기업들은 상당 기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BBB0급 이하 회사채 시장은 이미 발행보다 상환이 많은 '순상환' 기조가 9개월 연속 지속되는 등 자금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BBB급 이하 유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악재가 겹쳐 하위 등급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약화될 것"이라며 "상하위 등급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우량물 위주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