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추가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전북경찰청을 찾은 김슬지 전북도의원. 연합뉴스이원택 전북도지사 당선인의 식사비 대납 의혹이 제기된 현장에서 식비를 결제한 김슬지 전북도의원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조서 날인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던 김 의원이 수사 과정에선 비협조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나 경찰의 수사 속도와 방향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22일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김슬지 도의원은 이원택 당선인 식사비 대납 의혹을 두고 진행된 경찰 소환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조서 날인을 거부했다. 경찰이 작성한 조서에 적힌 내용이 자신이 진술한 내용과 다르다는 취지였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 신분인 김 의원이 서명하지 않은 피의자 신문 조서는 증거 능력이 없어진다. 다만, 경찰은 이후 영장 청구 등의 과정에서 조사 당시 촬영한 영상 녹화본을 근거로 김 의원이 진술한 내용의 신빙성을 주장할 수 있다.
영상 녹화본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볼 여지는 남아 있지만, 이미 같은 내용으로 한 차례 조사를 받은 바 있는 김 의원이 두 번째 조사에서만 조서 날인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수사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5월 7일 오전 '식비 대납 의혹'을 두고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전북경찰청에 출석한 이원택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가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이 후보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심동훈 기자
경찰이 영상 녹화본을 근거로 진술의 신빙성 주장하려는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을 한 차례 기다려야 해 김 의원이나 사건 관계인의 구속영장 신청 등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이후 수사 과정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변호사 A씨는 "피의자가 조서에 날인을 거부하는 것을 통상적인 일은 아니다"며 "조서를 작성하는 경찰관과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었거나 단순히 버티면서 기싸움을 하는 것일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인 거부가 꼭 피의자에게 유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며 "수십 시간 조사를 받은 피의자가 날인을 거부해 조서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법원은 오히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를 가지고 구속이나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날인 거부를 두고 김슬지 도의원 측은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조만간 김 의원을 추가로 소환해 조서 수정 등 추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출석하기로 한 것 맞다"며 "진술 거부 등 피의자와 관련한 사실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추가 경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전북경찰청에 출석한 김슬지 전북도의원. 심동훈 기자앞서 김슬지 도의원의 지난해 11월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이원택 당시 국회의원과 지역 청년들과 모인 자리에서 발생한 식사 비용 70만 원가량을 전북도의회 업무추진비와 사비 등으로 결제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지난 4월 15일 그의 도의회 사무실과 선거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3일엔 부안경찰서에서 약 10시간 가량 1차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지난 17일엔 추가로 김 의원을 소환해 조사를 이어갔다.
당시 17시간 가량을 마치고 나온 김 의원은 "간담회였던 자리가 식사비 대납 의혹으로 번져 유감스럽다"는 취지로 말하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