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최영주 기자※ 스포일러 주의
※ Y1은 다른 공포체험 현장답사로 '백룸' 편에서 빠졌음을 알려드립니다.
MZ에게 핫한 '영크크' 호러 '백룸' 어땠어?
Y3 : '군체'가 [쪼중만의 공포체험]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다행히 '백룸'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군체' 후유증을 이겨낸 Y2의 공이 크다. 일단 이번에 도전한 영화는 MZ 사이에서 핫하다는 이른바 '영크크' 호러 '백룸'이었다. 어떻게 봤나?
Y2 : 무슨 소릴. [쪼중만의 공포체험]은 계속된다. 일단 '백룸'은 공포물이 아니라 고도의 심리전에 가까웠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마음속 '백룸'이 있고, 그 안에 박제된 기억들이 마치 크리처처럼 인간을 압도한다.
Y3 : 공감한다. '백룸'을 보며 믿고 보는 A24는 이번에도 옳았다고 느꼈다. 모두 안의 심연, 그리고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된 영화였다. 그리고 요즘 말로 하면 '늙크크'라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공포영화가 아니라 '영크크' 호러였다.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쪼중만의 공포체험] 시그니처인 실눈, 수자이크, 깜놀, 공포지수(10점 만점)부터 말해보자. 난 0점, 0점, 0점, 5점.
Y2 : 난 실눈 3점, 수자이크 4점, 깜놀 3점, 공포 5점.
점프 스케어인 줄 알았지만 아닌 구간도 있었고, 아닐 것 같았는데 점프 스케어인 구간도 있었다. 트릭이 살짝 애매해서 3점. '공포물'에 충실하게 핸드헬드 1인칭 시점이 곳곳에 배치됐기에 처음에는 잔뜩 쫄아서 실눈과 수자이크를 반복했다. 가구할인점 주인 클라크(추이텔 에지오포) 일행이 백룸 탐사 도중 크리처 습격을 받았을 때가 긴장감 최고조였다. 그러나 백룸에서 클라크와 그의 심리치료사 메리(레나테 레인스베)의 극적인 만남이 이뤄진 후부터는 다소 B급 크리처 추격물로 변질됐다. 후반부의 긴장감 저하로 최종 공포지수는 5점.
Y3 : 누구나 알 수 없는 것,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백룸'은 이를 잘 활용했기에 다른 지수 모두 0점이었음에도 공포지수는 5점을 줬다. 이 영화는 특히 심리와 공간의 연결성이 탁월하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기억'과 '심리'는 일종의 '미지의 영역'과도 같다. 즉, "잘 모르고"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이를 '백룸'이라는 끝없이 이어지지만 어디로 연결됐는지, 과연 끝은 있는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누가 존재했는지 등 "알 수 없는 공간"으로 형상화 해 공포를 자극했다.
제작= 최영주 기자젠지 신인이 영화계에 던진 충격파 '백룸'
Y3 : 놀라운 건, '백룸'이 만 21세 신인 감독 케인 파슨스의 데뷔작이라는 점이다. 그는 '백룸'으로 영화 역사상 최연소로 북미와 전 세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신기록의 주인공이자 A24 최연소 감독이 됐다. 이래서 '최연소' 기록을 세웠구나 생각한 연출력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Y2 : 핸드헬드 기법 사용이 굉장히 절묘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가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 지루함을 최대한 해결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백룸을 보여줄 땐 확실히 보여주고, 남용 없이 적절한 타이밍에 핸드헬드 기법을 끼워 넣었다.
감독의 치밀한 설계가 관객들을 점점 '백룸' 안으로 끌어들인다. 처음에는 모두가 정체불명의 1990년대 괴기 비디오를 지켜보다가 결국 벽이 허물어지면서 '백룸'에 진입하게 된다. '링'의 사다코가 TV의 경계를 넘어 현실에 도달한 것처럼.
Y3 : 공감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영화 안으로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끌고 와 이질감 없이 동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비현실적인 공간이지만, 현실에 있을 법하게 느끼게끔 하는 연출이 필요한데, 처음에 1인칭 시점의 파운드 푸티지로 열며 시선을 잘 끌었다.
1인칭 시점이 무서운 건, 시야가 제한됐다는 점 때문이다. 전지적 시점으로 볼 때는 인물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1인칭이 되면 정보 값이 제한되면서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커진다. 시작부터 감독은 자신이 '백룸'을 어떻게 끌고 나가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줬고, 이를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끌고 나갔다.
Y2 : 여기에 사운드 디자인도 한몫한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백룸 안에는 각종 테마로 구조화된 공간들이 있다.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괴한 공간을 지나갈 때마다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도 사운드 효과를 통해 '어, 설마 여기서?'라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가끔 트릭도 있는데 그렇게 긴장과 이완을 반복시키면서 한순간도 놓치지 않도록 '몰입도'를 설계했다.
Y3 : 맞다. 절제된 사운드를 적절히 잘 사용해 공간의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백룸'은 기존 공포영화의 문법과도 미묘하게 다르다. 어떤 크리처가 등장하거나, 불안감을 자극하는 사운드가 끊임없이 등장하거나, 점프 스케어 파티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이 잘 보임에도 '알 수 없다'는 공포. 느린 호흡으로 관객의 불안을 자극하는 연출. 현실인 듯 아닌 듯 미묘한 공간 등이 끊임없이 관객을 괴롭힌다.
외화 '백룸'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리바이브콘텐츠㈜ 제공 이 장면, 나만 무서웠어?
Y3 : 혹시 "와, 이거 정말 무서웠다" 하는 장면이 있었나? 그나마 Y2가 놀랄 만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기가 막히게 잘 피해(?) 가더라. Y2 : 내가 그 방면에서는 만렙이다. 직관 중에서는 클라크 일행 중 1명이 간신히 정체불명의 크리처에게 탈출해 복귀했지만, 다시 손쓸 시간도 없이 끌려 들어간 장면. 당시엔 크리처 정체를 알 수 없었는데, 이 장면을 담은 1인칭 카메라가 사망했을 때 내 눈도 함께 감겼다. 풍문으로 들은 장면 중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 뒤에서 나타난 여자 크리처. 딱 주인공이 그 방에 진입하는 것까지 실눈으로 봤던 것 같다. 바로 뭔 일이 나겠다는 직감을 따라 그나마 1/10가량 열려 있던 시야를 포기했다.
Y3 : 아까도 말했지만, '백룸'은 전통적인 공포영화의 문법을 비껴간 영화인데 어디서 공포를 느꼈나?
Y2 : 광활한 공간 속 예기치 못한 정체불명 불청객들(알고 보면 불청객은 따로 있지만)과의 만남. 생존의 탈출구를 찾아야 허는데 그곳이 끝없이 이어진 미로 같은 공간이라면?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난다.
Y3 : 내 안에 보이지 않는, 나의 것이지만 나조차 잘 모르는 심리 그리고 나조차 분명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기억의 모호함. 이 모든 것을 홀로 견뎌내야 한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백룸에 구현됐다. 혹시 전반부와 후반부(기괴한 크리처가 나오는 부분부터 후반부)로 나눴을 때, 호불호가 갈렸나? 나는 '파묘'가 떠오르긴 했다. Y2 : 전반부는 수십 번의 공간 전환, 1인칭 다큐급의 실감 나는 습격 등으로 심장을 조여오는 압박과 긴장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후반부 클라크와 메리의 대화부터 슬슬 백룸의 정체성에 대해 한바탕 연설이 시작되고, 백룸 밖과 달리 클라크가 주도권을 쥐며 둘의 관계가 역전된다. 문제는 다소 지루한 이 구간 뒤에 진짜 주인공이 나타나는데, 할로윈 분장식의 B급 꺽다리 크리처다. 압도적 비주얼로 지금까지 쌓아온 백룸의 무게감을 흩어버린다. 공포영화로서는 아쉬움이 남고, 나로서는 그래서 그나마 후반부를 사수할 수 있었다. 그저 감사하다.
제작= 최영주 기자 Y3 : 그런데 생각해 보면, 꿈에 나온 우스꽝스럽거나 어설픈 형상에도 우리는 큰 공포감을 느낄 때가 있다. 후반부의 크리처는 마치 그러한 꿈 속의 존재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Y2, '백룸'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건가? 추천한다면, 어떤 점에서 '백룸'은 초보도 도전하기 좋은 공포영화인가?
Y2 : 추천! 말초신경을 자극해 잠 못 이루게 하는 수준의 공포 타이밍은 없다. 내 기억의 방을 찾는다는 느낌으로 본다면 오히려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
Y3 : 나도 공감한다. 기존 공포영화가 주는 수동적인 공포가 아니라, '백룸'은 관객이 능동적으로 공포와 불안을 만들어내는 영화다. 어떤 면에서는 심리적으로 더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주의사항이 있다면? 예를 들면 지하주차장에 같이 갈 사람이 필요하다거나?
Y2 : 나 이제 지하주차장 잘 가는데?! 일단 '백룸'은 전반부까지만 잘 버티면 된다. '설마?' 하는 구간에서는 뭐가 나오지 않는데 '이건 백퍼(센트)다' 싶을 때는 그 직감이 맞다. 그러니 너무 긴장할 것 없다. 주의사항보단 꿀팁 같은데?
Y3 : 확실히 초반 1인칭 파운드 푸티지만 잘 넘기면, 무난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혹시 이번 체험에서 빠진 Y1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Y2 : '백룸'과 또 다른 차원의 무시무시한 크리처를 만나고 왔다는데…. 그렇지만 '백룸' 한정으로는 내 '체급'이 더 높지 않을까?(웃음) Y3가 '잘 보더라'고 인증까지 했다. 이래서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게 아니다.
지난 6월 12일 '백룸'에 입장한 Y2와 Y3 그리고 쪼중만. 최영주 기자Y3 : 그러게 말이다. 마지막으로 '백룸' 별점(5점 만점)과 20자 한 줄 평! 난 4점. "A24와 케인, 니(네)가 좋아♬."
Y2 : 3.5점. "식은땀 흘리며 들어갔지만, 탈출은 수월."
[쪼중만의 공포체험]은 (어떻게든) 다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