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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인데 왜 무섭지?…'초상현상'에 낚이는 우리들[쪼중만의 공포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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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쪼중만' 기자들의 저품격 리얼 공포 콘텐츠 체험기.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지만, 공포는 나눠도 배로 무서울 뿐이다. 혼자서는 절대 안 되고, 누군가와 함께해도 힘든 공포 세계에 '자의 10+타의 90'으로 뛰어든 쪼렙·중렙·만렙의 도전장.

[제5화]조상님께서 말씀하시길…자라 보고 놀린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제작= 최영주 기자제작= 최영주 기자
원한을 가진 귀신, 누군가의 목숨을 노리는 사악한 악령, 나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는 마네킹들, 거대한 괴물….

"진짜, 이런 초상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존재하는 건가요?" _Y2

영화 속에서만 보던 초상현상(초능력이나 심령 현상처럼 일상 경험이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눈앞에 펼쳐진다면?

"실제로 중간에 포기하는 팀들도 있나요?" _Y1
"오늘은 두 팀이 중간에 포기하셨네요." _해당 시설 관계자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초상현상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은 관람객들이 작품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귀신들을 직접 해치우는 퇴마사가 되기도 한다. 영화에서 좀비와 귀신, 심령현상을 목격했던 쪼중만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직접 초상현상에 발을 들였다.

"아, 잠깐만요, 잠깐만요! 가지 말라구요!!!" _Y1

지금, 시작합니다.

OPCI 제공OPCI 제공

초상현상 공포 속으로

Y3 : 다들 그동안 공포 콘텐츠를 보면서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본 적 있을 거다. 우리는 왜 '가짜'임을 알면서도 놀라고, 공포를 느끼는 걸까? 이러한 의문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실감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몰입형 공포 전시공간에 다녀왔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어릴 적 들어본 초상현상 이야기가 있나? 내가 어릴 때는 빨간마스크, 홍콩할매귀신 등의 괴담이 유행했었다. 너무 늙크크 괴담인가.(슬픔)
 
Y1 : 늦은 밤 길을 걷고 있는데, 빨.간.마.스.크를 쓴 여자가 불쑥 나타나선 "나 예뻐?"라고 묻는다. "예쁘다"고 답하면, 마스크를 벗으며 귀까지 찢어진 입을 보여준다. "이래도 예뻐?" 결국엔 상대의 입을 다 '찢어버린다'는 결말이다. 소름!
 
Y3 : 역시! 알고 있다니 너무 반갑다. Y2는?
 
Y2 : 내 나이 또래라면 교실에서 '분신사바' 한 번쯤은 해본 추억이 있을 듯하다. 손에 연필을 쥐고 귀신을 불러 답을 듣는 놀이였는데, 물론 난 해본 적은 없고 구경만 해봤다. 뭐, 무서워서 안 해본 건 절대 아니다.
 
Y3 : 다들 괴담과 초상현상의 풍요 속에서 자란 것 같다. 각자 공포 콘텐츠로서 초상현상은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핵심인 것 같다.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현상이라는 점에서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그 경계에 서 있는 것이 매력인 거다. 알 수 없는 것에 관한 우리들의 공포가 초상현상이 되고, 이 초상현상이 다시 우리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과정이 흥미롭다.

최영주 기자최영주 기자 
Y2 : 정말 동의한다. 과학 논리나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아서 원인을 딱히 찾을 수 없다. 이유도 없고, 그냥 그 '현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왜?'라는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니 무한대로 상상을 펼칠 수 있다. 그 상상의 구간에서 공포가 무럭무럭 자라날 수 있는 여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Y1 : 나는 그걸 정말 온몸으로 느끼는 것 같다. '초상현상'이라는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만 품은 채 들어간 순간, 영화 등 간접 체험과 달리 '직접' 겪는다는 건 확연하게 다르다는 걸 체감했다.
 
Y3 : 이번 체험에서 공포영화를 보며 비슷한 반응을 보였던 두 사람이 귀신과 시체, 알 수 없는 초상현상으로 가득 찬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완전히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는 게 놀라우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우선 각자 1만 1700원 중 얼마어치를 즐겼나? 그리고 실눈, 수자이크, 깜놀, 공포지수는? 나는 어떻게 보면 0원도 낭비 없이 봤고, 어떻게 보면 1만 1700원 날린 느낌? 실눈·수자이크·깜놀·공포 모두 0점이었다. 안 무서운 게 무서웠다.
 
Y2 : 웬일로 만렙 Y3와 의견일치다. 8천 원어치. 무서워서가 아니라 자꾸 세계관 몰입에서 튕겨 나오는 '노잼' 할인 반영했다. 실눈 0, 수자이크 0, 깜놀 2, 공포지수 3점이다.

제작= 최영주 기자제작= 최영주 기자 
Y1 : 와, 난 이번에 확신의 쪼렙이었다. 1700원어치라도 건졌으면 다행이건만, 과연 '즐겼다'고 할 수 있을까? 그 1700원마저도 반납하고 싶은 기분이다. 난 모든 지수 고득점자다. 실눈 8, 수자이크 8, 깜놀 10, 공포지수 9점. "찾았다, 내 공포."
 
Y2 : 내가 이번엔 Y1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나도 강한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솔직히 초상현상 연구실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유기성 있는 체험 맥락은 딱히 없었다. 모든 게 예상가능한 범위 안의 소품과 미디어아트로 진행되다 보니 굳이 실눈과 수자이크가 필요하지 않았다. 방마다 예상치 못한 가전제품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이라 좀 수고스러웠다정도? 그나마 으스스한 마네킹 전시, 실감 나게 구현한 시신보관실 등 의외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포인트들이 있어 공포지수는 후하게 3점.
 
Y1 : 반대로 난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공간에 미디어아트가 결합한 시각 효과, 기괴한 사운드가 오감을 강하게 자극했다. 스토리를 따라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구조였지만, 내 발걸음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거의 모든 구간에서 실눈을 뜬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끌려다니다시피 했다. 마지막 탈출 구간에서는 결국 다리까지 풀려… 엉덩방아를 '쿵!'
 
사실 "위급 상황이 발생하거나 중도 포기를 원하실 경우 00-0000-000로 연락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팜플렛 문구가 내내 떠올랐다. 카운터 직원이 "오늘만 해도 두 팀이 포기했다"고 했던 말, 괜히 흘려들었다.

제작= 최영주 기자제작= 최영주 기자 

조상님께서 말씀하시길…

Y3 : 그렇다면 우리는 가짜인 걸 알면서 왜 무서움을 느낀다고 생각하나? 나는 일종의 학습된 공포 반응 아닐까 생각했다. 그동안 호러 콘텐츠를 경험하며 학습된 '공포'라는 감정이 비슷한 류의 호러 콘텐츠를 볼 때 자동으로 나오는 것 같다. 궁금해서 논문을 찾아봤는데,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전에 반응이 나뉘었던 두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다.
 
Y2 : 이번에 깨달았는데, 가짜인 걸 알면 무서움을 느끼기가 어렵다. 자꾸 세계관 몰입에서 튕겨 나간다. '진짜'로 의식하진 않아도 '그럴듯하다' 수준까지는 달성해야 몰입이 가능한 것 같다. 나의 경우는 가짜인 건 알지만 너무 '그럴듯하기' 때문에 두고두고 내 안에서 회자되며 기억될까봐 무서움을 느낀다.
 
Y1 :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나. 머리로는 가짜라는 걸 알고 있어도, 감각이 먼저 반응한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시각 효과와 소리의 리얼함이 인지를 압도하는 순간, 우리는 그저 '뚝딱' 거리게 된다.

제작= 최영주 기자제작= 최영주 기자 
Y3 : 재밌는 게 알기에 무섭지 않거나, 알면서도 무섭다는 반응으로 나뉜다. 내가 찾아본 논문인데, 한국심리학회지(2006년)에 실린 '공포의 생성과 소멸: 파블로프 공포 조건화의 뇌회로를 중심으로'를 보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을 통해 설명한다.
 
자라 모양의 둥근 형상(CS, 조건자극)이 자라에 물려서 아픈 감각(US, 무조건자극)과 연합되어 나중에 솥뚜껑과 같은 둥근 형상(CS)만 보아도 자라와 마주쳤을 때 나타났던 공포 반응들(가슴이 뛰는 것과 같은)이 개시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논문 '관객은 허구에 불과한 공포영화의 괴물을 왜 무서워하는가?'(2013)에서는 뮬러-라이어착시의 분석을 공포영화의 맥락에 적용해 그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관객은 공포영화의 괴물이 허구적 이차원 영상일 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지만, 그러한 인식과 무관하게 괴물의 존재감을 감각(주로 시각과 청각) 과정을 통해 경험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현실 세계와 다르게 2차원 평면 스크린에 투영되며 정지되어 움직이지 않는 그림의 연속이지만, 감각적으로 입체 경험과 움직임의 경험을 관객에게 만들어 냄으로써 영화 내용의 존재감을 경험시킨다. 즉, 공포영화의 괴물은 현실에서처럼 3차원 공간에서 존재하고 움직임으로써 관객에게 그 존재감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고 설명한다.

제작= 최영주 기자제작= 최영주 기자

상상이 현실이 됐을 때…

Y3 : 호러영화를 볼 때는 활어가 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담담했던 Y2는 어느 구간이 제일 무서웠나?
 
Y2 : 아무래도 첫 구역? 우리가 체험한 공간의 맹점이 '공포 포인트'에서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인데, 첫 구역에서는 그 패턴을 알 수 없어서 오들오들 떨며 한데 뭉쳐 서 있었다.
 
Y1 : 진짜 나는 Y2만 붙잡고 갔었다. 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두 가지다. 문 앞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불길 속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어린아이, 그리고 사람의 것인지 동물의 것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 사체들이 곳곳에 걸려 있는 공간이다.
 
Y3 : 여기서 또 하나 재밌는 논문을 발견했다. 한국공간디자인학회논문집(2026)에 실린 '오락적 공포 공간의 감정 경험 연구: 두려움에서 즐거움으로'는 가상현실 공포 게임 '애리조나 선샤인'을 연구 상황으로 설정하고, 21세에서 35세 사이의 18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VR 공포 게임은 경험자에게 실제로 게임 공간에 있다는 현장 착각을 발생시키는데, 한 참가자는 "배경이 조성된 것임을 알지만, 이 장면이 제 머릿속에 심어질 때 저는 그것을 합리화하여 실재하는 것으로 만들어요"라고 답했다. 자신이 실제로 게임에서 발생하는 일을 경험하고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Y1처럼 말이다.
 
그리고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하고, 상상과 실제 지각의 차이가 매우 클 때 놀람이 발생한다는데, 여기서 Y2와 Y1의 반응이 갈렸다.
 
Y1 : 와, 진짜 정육점처럼 보이는 구역에서는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연출과 함께 시뻘건 핏물이 내 얼굴에 튈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공포가 몰려온다.
 
Y2 : 정말 그런 거 같다. 처음 칠판 낙서 사이로 핏물이 흘러내리는 연출은 오히려 소름 끼쳤는데, 그 뒤에 너무나 가짜 같은 마네킹의 움직임, 어설픈 미디어아트로 맥이 탁 풀리기 시작했다.

최영주 기자최영주 기자 
Y3 : 혹시, 초상현상을 다룬 콘텐츠 중 도전하고 싶은 게 있을까?
 
Y2 : 기회가 된다면 '기리고'에 도전해 볼까?
 
Y3 : 마침 Y1이 '기리고' 보고 싶다고 했는데!
 
Y1 : …?
 
Y3 : 마지막으로 초상현상 오프라인 체험 한 줄 평을 해보자. 난 "조상님 말씀 틀린 거 1도 없네."
 
Y1 : "세상은 넓고, 험한 곳은 많다."
 
Y2 : "어? 내가 중렙인 것도 있잖아?"
 
[쪼중만의 공포체험]은 (어떻게든)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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