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주식시장 반등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실적이 개선되면서 연금 구조개혁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금 수익률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외생 변수인 만큼, 최근 운용 성과만을 이유로 구조개혁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금특위 재개하지만…"상당 기간 연금 개혁 안 해도 돼"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달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지난달 활동을 마친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보고받고 향후 구조개혁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위가 재가동되더라도 국민연금 구조개혁 논의에 곧바로 속도가 붙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 반등으로 기금운용 실적이 개선되면서 개혁 필요성에 대한 체감도가 다소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을 언급하며 "모든 국민이 혜택을 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이 엄청나게 늘었다"며 "상당 기간 (연금 개혁을)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 고갈 연도가 24년 늘어났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수십 년 늘어난 것은 맞는 것 같다"며 "국민연금 구조개혁 이야기가 많이 들어갔다. 상당 기간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고, 이재명 정부로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한 토론회에서는 "18년 만에 겨우 모수개혁을 했는데 앞으로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모수개혁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제도의 수치를 조정하는 것이라면, 구조개혁은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을 아우르는 다층 연금체계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높은 수익률, 국가 기여 더하면 2100년까지 기금 소진 안돼"
온라인 설명회서 발언 중인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공단 제공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코스피 반등에 힘입어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은 1526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458조 원과 비교하면 3개월 만에 약 68조 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연금개혁 당시 재정추계에 지난해 말 기금 규모를 반영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은 기존 전망보다 5~7년가량 늦춰질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23일 기자설명회에서 "지난해 모수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기를 늦췄고 최근 높은 수익률로 이를 더 늦출 수 있다"며 "여기에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와 크레디트 발생 시점 적립 등 국가의 기여를 더하면 2100년까지 기금 소진을 걱정하지 않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신(新)연금' 방안을 겨냥해 "굉장히 위험한 시도"라며 "이제 겨우 안정돼 가는 국민연금에 또 다른 개혁 방안을 들이미는 것은 실험실에서나 고려할 일이지 현실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신연금 방안은 구조개혁 방안 중 하나로, 국민연금을 신·구연금으로 이원화해 개혁 이후 가입자의 보험료는 '낸 만큼 받는' 완전적립 방식으로 운영하고 기존 연금 부채는 일반재정으로 충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수익 좋다고 구조개혁 필요 없다? 요행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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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논의는 실무적으로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논의를 이어온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는 자동조정장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이견을 병기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할 방침이다.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 다층 연금체계를 함께 다뤄야 하는 데다 복지부를 비롯해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다는 점도 논의를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복지부 역시 하반기에는 기초연금 개편 논의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내에서 연금 전체의 구조개혁은 예단하기 어렵다"며 "각 연금이 역할을 하면서도 서로 연동돼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금 수익률은 제도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인 만큼 최근 성과만을 근거로 구조개혁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위 민간자문위원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기금 투자 수익률은 제도 안에서 좌우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른 외생 변수"라며 "지금 수익이 좋다고 구조개혁이 필요 없다고 보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제도는 공격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높은 기금 수익이 지속될 것을 전제로 구조개혁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접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