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이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늑대가 나타났다' 무대를 하는 모습. '스페이스 공감' 캡처윤석열 정권 시절인 지난 2022년 부마항쟁 기념식 때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공연 곡 '늑대가 나타났다'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것은 '공동불법행위'이기에, 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항소를 포기한다며, 앞으로 예술인의 자율성 보장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0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어, 2022년 10월 열린 제43회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소통 논란과 관련해, 기념식 총연출자와 가수 이랑에 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법원 판단을 받아들여 항소 포기 의견서를 냈고 항소 포기가 확정됐다고 알렸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번 판결은 지난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판단되며,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를 보호·장려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각종 기념행사를 추진할 때 예술인의 자율성과 권리를 더욱 보장하고 존중하여 정부의 예술 보장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윤 장관은 공식 트위터에도 항소 포기 소식을 전한 후 "지난 정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비정상의 정상화 조치입니다. 상처 입은 가수 이랑씨께도 현직 장관으로서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행정안전부는 다시는 이런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단독37부(이효진 부장판사)는 가수 이랑과 강상우 감독이 행안부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정부와 재단이 같이 원고들에게 각 300만 원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연대행업체에는 강 감독에게 1천만 원, 이랑에게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랑과 강 감독은 부마항쟁 기념식 때 정부 측이 일방적으로 노래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로 공동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랑은 처음부터 '늑대가 나타났다'를 부르는 것을 전제로 섭외되었다"라며, 곡 교체 지시를 두고 "원고들이 예술인으로서 가지는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인격적 이익을 침해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대 대한민국 및 재단의 이러한 행위는 객관적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위법한 행위이므로 피고 대한민국 및 재단의 공동 불법 행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특히 "헌법은 예술가의 권리를 법률로써 보호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제22조 제2항), 피고 대한민국은 국민에 대하여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할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예술을 보호하고 장려할 책무를 부담한다"라며 "피고 대한민국 및 재단이 원고들에게 이 사건 행사에서의 곡 변경을 요청한 행위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예술인에게 계약 조건과 다른 활동을 강요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인다"라고 판시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지난 2021년 8월 발매된 이랑의 세 번째 정규앨범 '늑대가 나타났다'의 동명 타이틀곡이다. 이랑은 이 앨범으로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 음반'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당시 이랑은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앨범과 곡은 제가 남들보다 더 용기 있는 사람이라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가 잘하는 게 있다면 저는 말을 할 줄 아는 것뿐인데, 어릴 때부터 가만히 좀 있으라는 말을 많이 들으면서 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냥 말을 할 줄 아는 겁 많고 자주 아픈 한 사람일 뿐"이라고 수상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