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이치 사카모토 페이스북·프란츠 제공피아노는 어디에서 왔고, 어떤 시간을 거쳐 오늘의 악기가 됐을까.
류이치 사카모토의 '피아노로의 여정'은 그가 음악학자들과 함께 피아노의 기원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사카모토가 남긴 저서는 여러 권이지만,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를 본격적으로 탐구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책은 피아노가 약 300년 전 이탈리아 피렌체의 악기 제작자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에 의해 발명됐다는 익숙한 설명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저자는 피아노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악기가 아니라, 쳄발로와 클라비코드, 포르테피아노 등 여러 건반악기의 변화가 축적된 결과라고 본다.
1부에서는 사카모토가 피아노와 함께해온 시간을 돌아본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접한 그는 바흐와 쇼팽, 드뷔시, 라벨 등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피아노 음악을 이야기하고, 피아노라는 악기가 지닌 표현의 가능성과 한계를 음악학자들과 함께 풀어낸다.
2부에서는 국립음악대학 자료관을 찾아 피아노의 전신이 된 악기들을 직접 살펴보고 연주하며, 건반악기의 역사를 따라간다. 악기의 구조와 소리, 감쇠 방식이 달라질 때 음악의 해석도 달라진다는 점이 책의 중요한 관찰이다.
사카모토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피아노 소리의 덧없음이다. 피아노는 현을 때려 소리를 내기 때문에 한 번 울린 소리는 곧 사라진다. 그는 작곡가와 연주자들이 수백 년 동안 그 사라지는 소리를 붙잡고, 지속되는 것처럼 들리게 하기 위해 애써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피아노의 역사는 단순한 악기 발달사가 아니다. 피아노는 산업혁명과 시민계급의 성장, 악보 문화의 확산 속에서 대량 생산되고 보급된 악기이기도 하다. 사카모토는 피아노의 여정을 기술과 사회, 인간의 욕망이 함께 만든 결과로 바라본다.
책에는 사카모토가 직접 고른 19개의 피아노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수록됐다. 독자는 바흐, 쇼팽, 드뷔시, 라벨 등 그가 오래 들어온 음악을 따라 들으며 피아노에 대한 그의 감각과 사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 지음 | 황국영 옮김 | 프란츠
김영사 제공개인주의가 강한 미국 사회에서 왜 부족주의적 정치와 집단 정체성이 힘을 얻을까. 동아시아에서는 왜 입시 경쟁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까.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 가운데 인도 출신 인물이 많은 배경은 무엇일까.
문화심리학자 기타야마 시노부의 '문화가 다르면 마음도 다를까'는 이런 질문을 출발점으로 문화와 인간 마음의 관계를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문화마다 사람들이 세상을 보고, 감정을 느끼고, 행동을 결정하는 방식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기타야마 시노부는 미시간대학교 석좌교수로, 서양의 '독립적 자기'와 동아시아의 '상호의존적 자기'라는 문화심리학의 주요 논의를 발전시킨 학자다. 이 책은 그의 연구 여정과 함께 문화심리학이 인간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왔는지를 담았다.
책은 단순히 '서양은 개인주의, 동양은 집단주의'라는 익숙한 구분에 머물지 않는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으로 시야를 넓히며 세계 각 지역의 문화적 논리가 어떻게 다른 마음의 구조를 만들어내는지 살핀다.
예컨대 동아시아에서는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고, 주변 맥락까지 함께 살피는 인지가 두드러진다. 반면 미국 문화에서는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조차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는 능동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책은 벼농사와 수리 관리가 공동체 규범을 강화한 동아시아의 역사, 관계 유동성이 도덕 판단에 미치는 영향, 인도 문화의 토론적 성향과 자기비하적 태도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마음의 차이를 설명한다.
저자는 문화 차이를 우열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태 조건과 역사적 경험 속에서 각 문화가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해온 결과로 이해한다. 따라서 문화심리학은 타인을 낯선 존재로 구분하는 학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마음의 논리를 읽어내는 지적 도구가 된다.
기타야마 시노부 지음 | 박준하 옮김 |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