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접 통화와 백악관의 조직적인 막후 개입으로 미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플로런 발로건(AS모나코)의 퇴장 징계가 철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가 권력이 스포츠의 공정성을 짓밟았다는 국제적인 비난과 함께 거센 파장이 일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한국시간) 이 같은 막후 움직임을 보도했다. 스포츠의 독립성을 뒤흔든 초유의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전 세계 축구계는 거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2일 열린 32강전 보스니아전이었다. 공격수 발로건은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는 거친 플레이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규정상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되면서 7일 벨기에와의 16강전 출전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백악관이 즉각 움직였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경기 직후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대책 회의를 열었으며, 해당 판정을 국가적 사안으로 확대해 뒤집기로 결론을 내렸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개입을 주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대표팀의 8강 진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동시에 외부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 절차까지 준비했다.
플로런 발로건. 연합뉴스
미국축구협회는 규정상 항소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으나 백악관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박을 가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결과는 즉각적인 징계 철회로 이어졌다. FIFA는 징계위원회 규정 제27조를 내세워 발로건의 출전 정지 처분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대한 불의를 바로잡은 FIFA에 감사한다"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러나 미국 내부에서는 거센 탄식이 쏟아졌다. 애덤 킨징어 전 의원은 "FIFA조차 트럼프 집안의 부패에 연루됐다"라며 "우승을 해도 꼬리표가 붙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ESPN의 마크 오그던 기자 역시 "벨기에를 이겨도 세계는 이를 전술적 승리가 아닌 부패한 정치적 술책으로 볼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정치평론가 사이러스 얀선은 승리해도 빛이 바래고 패하면 부정행위를 하고도 진 것이 된다며, 이번 사태를 최악의 '루즈-루즈(Lose-Lose)' 상황으로 규정했다.
반면 보수 진영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한 행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터무니없는 레드카드를 없애줘 감사하다"라며 치켜세웠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측근들도 번복은 올바른 결정이었다며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