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만져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월드컵 개입을 맹비난했다.
'월드컵 심판 도널드 트럼프'라는 제목의 7일(이하 현지 날짜) 자 사설을 통해서다.
앞서 지난 5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미국 대표팀 핵심 공격수 폴라린 발로건에 대한 16강전 출장 금지 징계 집행을 1년간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발로건은 지난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32강전에서 상대 선수 발목을 밟아 퇴장당하면서 '후속 1경기 자동 출전 금지' 징계에 따라 지난 6일 벨기에와 16강전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FIFA가 느닷없이 징계 처분을 1년 유예해 발로건의 16강전 출장이 가능해졌고 실제 발로건은 선발 출장했지만, 결과는 1대4 미국의 완패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트럼프가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발로건을 출장시키기 위한 압력 행사 내지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공정성 논란과 함께 두 사람에 대한 거센 비난이 일었다.
연합뉴스실제로 트럼프는 인판티노와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 "내가 한 일은 퇴장 판정 재검토를 요청한 것뿐"이라고 강변했다.
WSJ는 "이번 월드컵 덕분에 전 세계가 미국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참이던 바로 그때 대통령이 전화를 걸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월드컵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미국의 '소프트파워'(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닌 문화적 영향력)를 보여주는 고무적 현장이었는데 트럼프의 전화가 이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WSJ는 "트럼프의 개입은 이번 월드컵을 온통 트럼프에 관한 이야기로 변질시켜 버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WSJ는 "단연코 월드컵 역사상 가장 훌륭한 미국 대표팀인 이번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트럼프 개입이 없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미국 대표팀은 정치적 개입이라는 의혹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고, 설령 미국팀이 경기에서 승리했더라도 트럼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또 다른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인판티노 통화가 월드컵 96년 역사상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를 촉발했다"고 비판했다.
CNN도 "미국 탈락으로 FIFA도 한숨 돌리게 됐다"고 비꼬는 등 'FIFA에 대한 초강대국 대통령의 징계 번복 압력'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트럼프에 대한 미국 언론의 비난이 줄을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