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변동성 우려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상장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자 교육 확대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상장폐지도, 규제 강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줄줄이 두 자릿수 급락
연합뉴스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최근 증시 급락과 함께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반도체 고점 논란과 중동 리스크가 겹친 8일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 모두가 상장가(2만원)를 밑돌았다.
반도체주 급락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련 상품은 11.6~13.5%,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은 10.7~11.7% 하락하며 연이틀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 'KIWOOM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레버리지'는 상장가 대비 최대 27% 떨어지며 1만4천원대까지 밀렸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매수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1조109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5638억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4693억원),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2086억원)도 대거 사들였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위해 매일 장 마감 무렵 보유 비중을 다시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면 추가 매수하고, 하락하면 추가 매도하는 구조여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장기 보유할수록 원금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기초자산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등락을 반복하는 장에서는 일일 리밸런싱이 반복되면서 수익률이 깎이는 '변동성 드래그(Volatility Drag)'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이상현 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변동성이 큰 시기에 레버리지 ETF 장기 보유의 경우 가치 훼손의 확률이 더 크다"고 짚었다.
다만 리밸런싱 규모 자체는 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일일 리밸런싱 규모가 거래대금 대비 평균 삼성전자 4.1%, SK하이닉스 5.5%, 시가총액 대비로는 각각 0.9%, 2.7% 수준에 그쳐 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시장이 식어야 멈추나…"애초에 막았어야"
연합뉴스홍콩 투자자금 유입과 환율 안정 등을 위해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기대했던 효과보다 변동성 확대라는 부작용만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 나와 "보완 방안이나 안정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기본예탁금 상향과 투자자 교육 강화, 추가 상장 제한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애초에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과 함께 결국 시장 과열이 식을 때까지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업 실적과 주식 수급, 투자자 관심이 모두 집중되는 대표 종목인 만큼 인위적으로 시장을 건드리기는 어렵다"며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과열이 식어야 자연스럽게 투자도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애초 상품을 출시할 때 충분히 걸러냈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분산투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러 보완책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미 과열된 투자 열기를 잡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교육을 몇 시간 더 받는다고 변동성이 해결되는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본예탁금을 상향해 신규 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높이더라도 투자 수요를 꺾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크다.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 간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상장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행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데다 강제 청산에 나설 경우 투자자 손실이 한꺼번에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도입 한 달여 만에 상품을 폐지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도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며 제도 도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6일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에서 금융회사에 레버리지 투자 위험성 안내 강화와 빚투 유도 영업 관행 방지를 주문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3일 자산운용사 CEO들과 만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책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