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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검증용 '의혹제기'…법원의 유무죄 판단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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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의혹 '무죄'…선거 국면 공적 검증의 대상
이재명 소년원 의혹 '유죄'…정치인 되기 전, 인격은 '보호 대상'
김 여사 낙상사고 의혹 '무죄'…정치권 공방 속 직접 해명 가능
"정치적 갈등, 정치적으로 풀어야…법원, 국민 권리 집중"

연합뉴스연합뉴스
정치인 검증을 위한 의혹 제기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법원은 정치인에 대한 '공적 의혹'과 '인간의 존엄'을 유·무죄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표적 사례는 최근 대법원이 확정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 사건과 서울고법이 선고한 이재명 대통령 소년원 발언 허위사실 공표 사건이 꼽힌다.
 

'박주신 병역의혹' 벌금형→무죄…"허위사실 인식 없었어"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박씨는 2011년 허리디스크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뒤 병역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2012년 공개 신체검사와 MRI 촬영을 받았고, 검찰은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양 박사 등은 이후에도 MRI가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하며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다시 한번 박씨에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양 박사 등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유죄라고 판단해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항소심은 병역비리 의혹의 진위보다 피고인들에게 허위사실이라는 인식이 있었는지를 살폈다. 공개 신체검사와 검찰 수사가 이뤄졌더라도 당시 피고인들 입장에서는 기존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해 보면 일반인인 피고인들로서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직접 조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사정 등을 들어서 이들로 하여금 허위사실공표의 책임을 부담하게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병역비리 의혹은 박씨 개인의 사생활이 아니라 2014년 당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했던 정치인 박 전 시장과 연결된 공적 검증의 대상인 만큼, 형사처벌보다는 정치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재명 소년원 발언 '징역형'…"정치 검증 넘어 인격 훼손"

2심 선고 공판 출석하는 강용석 변호사. 연합뉴스 2심 선고 공판 출석하는 강용석 변호사. 연합뉴스 
앞서 서울고법 형사6-1부(정재오·최은정·이예슬 고법판사)는 지난해 12월 강용석 변호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변호사 등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튜브 방송 등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린 시절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내용을 발언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강 변호사의 소년원 관련 발언을 유죄로 돌렸다.
 
재판부는 정치인이 되기 이전의 삶이고,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거나 책임질 수 없는 시기의 일을 객관적 근거 없이 거론한 것은 정치적 검증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발언이 인간의 존엄과 인격을 훼손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김혜경 여사와의 부부싸움 중 낙상사고가 일어났다는 발언에 대해선 원심과 같이 무죄를 유지했다. 해당 의혹은 당시 언론 보도와 정치권 공방 속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됐고, 정치인이 직접 해명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 고려됐다. 즉 재판부는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하는 정치적 검증의 영역으로 판단했다.
 

공적 의혹은 정치의 영역…인격은 보호 대상

법조계는 두 사건 모두 정치적 공방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기준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정치인을 둘러싼 공적 의혹은 가능한 한 정치 과정에서 검증하도록 두되, 청소년기처럼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삶이나 인간의 인격과 관련된 부분은 법이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정치인의 정책과 공적 활동은 국민이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청소년기처럼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삶이나 인간의 인격과 관련된 부분은 법원이 보다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치적 공방에 따른 갈등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법원의 또 다른 판사는 "정치 문제를 자꾸 법원으로 가져오면 사법도 정치화될 수밖에 없다"며 "정치의 사법화를 줄여야 사법의 정치화를 막을 수 있고, 그래야 법원이 국민의 권리구제와 분쟁 해결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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