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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다니는 동생에 돈 빌려"…반토막 주담대에 매수자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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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주담대 최대 6억→3억 한도 축소…가파른 가계대출 상승세에 대출 '잠금'
"대출 안 되면 우리 은행으로 오세요" 일부 은행, 국민은행까지 찾아와 대출 영업하기도
은행 이어 보험권도 대출규제 여파…대출수요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 현실화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10년 넘게 살던 강북 집을 처분하고, 학군지로 이사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훌륭한 갈아타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대견하다고 생각했다는 직장인 A씨는 대출한도 제한 뉴스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된 것만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주거래 은행인 KB국민은행이 대출 한도를 최대 6억에서 3억으로 줄이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다음달에 이사를 가야했던 A씨는 다른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고, 부족한 금액은 동생에게 빌리기로 했다. 삼성전자에 다니는 동생이 성과급을 받으면 필요한 돈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동생이 삼성전자 다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지금만큼 동생 직장이 고마울 때가 없었네요."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총액을 축소하거나 신규대출접수를 중단하고 있다. 규제에 가장 먼저 앞장선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3억원 제한 조치가 시행된 첫 날인 지난 10일. 서울의 한 KB국민은행 지점 대출 상담 창구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면 대출 신청에 불이익이 갈까요? 공기업 다니는데 특별 대출같은 건 없을까요?

은행을 찾은 고객들은 자신의 소득과 주택 계약서를 은행 직원에게 보여주며 조금이라도 대출이 더 나올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3억이 최대한"이라는 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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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는 주택 매매계약 체결일이 아니라 은행 서류 접수일이어서,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도 9일까지 대출 서류 접수를 완료하지 않으면 3억 한도 규제 적용을 받는다. 규제 조치가 기습적으로 발표된 만큼 실수요자들의 불안감과 불만도 큰 상황이다.

일부 KB국민은행에서는 대출이 막힌 수요자들에게 다른 은행 대출을 소개해주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 관계자분이 직접 명함을 들고 찾아와 대출 막힌 수요자들을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했다"며 "대출이 필요하신 분들에게 이 은행으로 가 보시라고 권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한 달새 7.6조 ↑…1년 10개월만에 최대 증가

은행의 '자체적'인 고강도 대출 규제가 나온 이유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6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9조4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6천억원 늘었다. 2024년 8월(9조2천억원)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하반기 들어서는 은행의 대출 빗장이 더욱 단단히 잠겨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대출 한도가 이미 금년 가계대출 관리 목표에 거의 근접했기 때문이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은행들의 대출 현황을 보면 금년 가계대출 관리 목표에 상당히 근접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가계대출 목표를 맞추기 위한 관리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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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민은행이 시작한 대출 규제 조치는 다른 은행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취급을 10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모기지보험은 소액임차보증금만큼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상품으로, 은행이 모기지보험 취급을 제한하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 한도도 함께 줄어든다. 이와 함께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신규 대출 접수도 중단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부터 가계대출 관리에 본격 나섰다. 가계 신용대출 차주별 합산 총 1억원 이내 취급을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보험 신규 가입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또 주택담보대출 8월 실행분에 한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접수를 중단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 5월 20일부터 모기지보험 가입과  'NH주택담보대출' 대면 취급을 한시적으로 제한했다. 주담대 대출기간되 현행 최대 40년에서 최대 30년으로 줄였다. 우리은행은 주담대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한편 가계대출 관련 추가 대책을 논의중이다.

시중은행에서 보험권 전반으로 번지는 '대출규제'

은행권 주담대 문이 닫히면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오고 있다.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은 그간 은행권에 비해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최근 대출 수요가 몰리며 풍선효과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보험사들도 대출 관리에 들어갔다.

삼성생명은 이달 말까지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삼성금융 통합 플랫폼인 '모니모' 앱을 통한 온라인 접수 채널도 차단한 상태다. 현재 모니모 앱의 '모바일 주택담보대출' 메뉴에는 '서비스 점검시간'이라는 안내 문구 공지돼 있다. NH농협생명도 지난 4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 신청을 받지 않고 있고, 한화생명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온-오프라인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이처럼 보험사로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계대출 취급이 많은 보험사를 소집해 관리 방향을 점검한 데 이어 9일에는 관계기관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보험계약대출·카드론 등 2금융권 기타대출의 변동성이 지속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 금융권이 가계대출 관리 노력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한도는 주는데 금리는 오른다…한은 금리인상 '시사'

의사봉 두드리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의사봉 두드리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도 대출 수요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거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해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 성장세 개선, 금융안정 리스크 증대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오는 16일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혼합형·주기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30일 기준 연 4.51~7.50% 수준이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상단 기준 0.5%포인트나 인상된 수치다.

대출 한도는 줄고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까지 겹치면 차주들의 대출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출자들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서민·취약계층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객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금융회사에서 더욱 세심하게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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