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전주 효자동교회 '키즈스테이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최화랑 기자하교 종이 울리자 아이들의 발걸음이 전북 전주의 한 교회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이들의 발길이 멈추는 곳은 주차장 한켠에 자리한 '키즈스테이션'. 문을 열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아담한 공간이 펼쳐진다. 아이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꾸며진 이곳에는 교회 주보나 홍보물은 찾아볼 수 없다.
이 공간을 만든 사람은 전주 효자동교회 진영훈 목사다. 우전초등학교와 우전중학교가 교회와 인접해 있다는 점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운영 원칙은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는 것'. 교회를 알리는 홍보물은 없이 책과 정수기, 공기청정기, 냉방시설, 의자 등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만 채웠다.
운영 초기 학부모들 중 일부는 "포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진 목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충격이었다"고 표현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우리가 지역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조급하게 해명하기보다 작은 나눔을 계속 쌓아갔고, 주민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키즈스테이션은 아이들이 쉬어가는 공간인 동시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기다리는 쉼터로도 활용되고 있다. 최화랑 기자
효자동교회가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아이스크림을 나누고 있다. 최화랑 기자
키즈스테이션 문을 연 첫 사흘간 인근 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다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첫날 150개를 준비했던 아이스크림은 둘째 날 300개, 셋째 날에는 450개까지 늘었다. 키즈스테이션을 찾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사회도 조금씩 공간의 의미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진영훈 목사가 대형마트 대신 인근 편의점 두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데에도 이유가 있었다.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나눔이지만 지역 상권에 대한 고민이 빠지면 이웃과의 상생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키즈스테이션은 아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아침에는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어르신들이 교통지도를 마친 뒤 잠시 쉬어가고, 방과 후에는 학원 차량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늘 학교 앞 그늘에서 손자에게 과일을 먹이던 할머니도 이제는 키즈스테이션 안에서 더위를 피한다. 여름철에는 무더위 쉼터 역할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남기고 간 쪽지도 하나둘 늘어났다. 그 중 하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겨울에는 핫초코 주세요"
키즈스테이션 벽면에 아이들이 남긴 쪽지들이 붙어 있다. 쪽지에는 공간에 대한 고마움과 바람이 담겨있다. 최화랑 기자키즈스테이션 다음 계획은 작은 갤러리다. 전시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지역 작가들의 작품과 방과 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오는 12월부터 운영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키즈스테이션이 들어서면서 교회 주차 공간은 차량 여섯 대 정도 세울 수 있는 면적이 줄었다. 그러나 교인들은 그 불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진 목사는 "교회가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교회라는 공간을 지역에 필요한 공간으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조금 내려놓으면 지역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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