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경찰이 '장윤기 사건' 후속 대책으로 꾸린 '경찰 수사 신뢰 제고를 위한 쇄신 태스크포스(TF)'가 첫 회의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TF는 경찰의 지역 유착을 막기 위한 순환근무 제도를 핵심 과제로 검토할 예정이다. 적용 대상을 어느 계급까지 확대할지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다만 일선 경찰들은 "지휘부 책임을 현장에 떠넘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제도 추진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쇄신 TF 첫 회의…"순환근무제 면밀 검토"
28일 경찰에 따르면 TF는 전날 경찰청에서 첫 회의를 열고 운영 방식과 위원 구성, 주요 의제 등을 논의했다.
김남준 TF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사 쇄신과 관련한 총론적인 부분을 논의했다"며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은 다음주까지 위원들이 안건을 제출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경찰청 내부에서 준비하는 실무적인 TF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보다 넓은 범위의 권고를 하고 그 권고가 집행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권한이 커진 만큼 부패를 견제·감시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수사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TF는 주 1회 이상 정례회의를 열고 필요하면 현장 경찰과 피해자 단체 등의 의견도 들을 계획이다.
다음 주부터는 장윤기 사건 수사 경과에 대한 보고도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부실수사 여부와 조직의 구조적 문제를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가 장윤기 사건 대책으로 발표한 순환근무 제도와 관련해서는 "오늘 회의의 주제는 아니었다"면서도 "순환인사는 장단점이 모두 있는 제도인 만큼 근무 여건과 전문성, 현장의 우려 등을 함께 고려해 면밀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 하자더니 책임 떠넘기나"…내부 반발
그러나 순환근무 제도와 관련해 내부 반발이 거센 만큼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산 확보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경찰은 총경 이상은 1년, 경정은 1~2년마다 순환인사를 하고 있으며, 이를 경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순환 범위와 지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경찰은 순환인사 확대에 따른 보상 방안으로 이동비 지원이나 관사 제공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경정급 경찰은 "지역 경찰의 경우 연고지와 가까운 곳에서 근무한다는 이점만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왜 지휘부가 책임져야 할 일을 일선에서 감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경찰 내부 커뮤니티에서는 "언제는 자치경찰을 한다고 해놓고 지금 와서 '향찰'이라며 순환근무를 시키나", "지역 밀착 경험이 필수적인 경찰의 전문성 약화가 우려된다", "경찰 지휘부가 현장 경찰들과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도 전날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 묵묵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경찰관들이 일부 경찰관의 비위 의혹에 의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잘못이 있으면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지 전국 경찰관 모두를 처벌하는 것은 동의받을 수 없다"고 순환근무제에 반대했다.
협의회는 이어 "현장에서 맡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힘 없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는 장윤기 사건을 전국 경찰 강제 순환근무의 명분으로 이용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감만 3만명…수천억 달하는 예산도 문제
답변하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연합뉴스예산 확보 역시 순환근무 확대의 변수로 꼽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감 계급 현원은 2만 9616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관사와 이동비를 지원하려면 상당한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소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해당 예산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경감급보다 하위 직급까지 순환근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경찰청 당정 간담회에서 경찰의 순환근무 제도 보고에 대해 "대책이 약해서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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