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AI데이터센터 조감도. 경북도 제공 정부가 수십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전력 생산이 집중된 경북 동해안 원전벨트를 대규모 AI 학습 거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수도권과 대도시권에는 AI 추론과 서비스 기능을 배치하고, 대규모 학습과 재학습 등 상대적으로 이동이 가능한 연산 기능은 전력 생산지에 분산하는 국가 차원의 공간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북연구원은 정부가 AI 데이터센터를 국가 대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설정하고 1단계 8.4GW에서 장기적으로 18.4GW까지 확대하는 민관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력 확보와 계통 연계 문제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가 수십GW 규모로 확대되면 수도권과 대도시권에서 대규모 전력 확보와 전력계통 접속이 주요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발전지역에 AI 학습 기능을 분산하는 새로운 공간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북 동해안은 원전과 산업 기반이 집적돼 있어 이 같은 전략을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았다. 이곳에는 한울·신한울원전과 월성·신월성원전 등 모두 13기, 12.8GW 규모의 원전설비가 집적돼 있다.
경주에 있는 월성원자력본부. 월성본부 제공
경북연구원은 대규모 무탄소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거점과 AI 학습 수요를 연계하면 장거리 송전에 따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울진과 경주의 원전 운영 역량을 비롯해 포항의 철강·소재·이차전지 산업, 구미의 반도체·전력기기 산업, 대구·경산의 연구개발과 인력 기반을 연계하면 단순한 데이터센터 유치를 넘어 경북 전역을 AI 산업 생태계로 확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사례에서도 발전지역과 대규모 AI 연산을 결합하는 전략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동수서산' 전략을 통해 지연시간에 민감한 추론·서비스 기능은 동부 수요지역에 유지하고 대규모 학습과 저장, 비실시간 연산은 전력과 부지 여건이 유리한 서부 지역으로 분산하는 국가 차원의 연산공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또 전원과 전력망, 연산부하, 저장장치를 통합 설계하는 운영모델을 통해 전력과 연산자원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원전과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활용해 안정적인 전력조달과 대규모 AI 연산 투자를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사례를 국내 여건에 적용해 경북 동해안 원전벨트를 발전지 인접형 AI 학습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 포스코DX 제공구체적으로는 수도권과 대구·부산 등 수요지에는 AI 추론과 서비스 기능을 배치하고, 경북 동해안에는 대규모 학습과 재학습 기능을 담당하는 'AI 학습캠퍼스'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경북형 AI 학습캠퍼스에는 원전과 공용계통, 지정 변전소, 다층형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독립 학습모듈, 냉각·용수 시설, 통합운영플랫폼 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방안도 내놨다.
전력공급 상태와 AI 가속기 이용률, 학습작업, 냉각부하 등을 통합 관리해 전력과 연산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사업 규모는 처음부터 초대형 시설을 구축하기보다 공급 가능한 전력과 장기 연산수요가 확인된 후보지를 대상으로 100~300MW 규모의 독립 학습모듈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전력기관, 경상북도,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공동추진체계를 구성하고 후보지별 전력과 부지, 통신, 냉각, 장기 연산수요를 공동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경북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AI 학습캠퍼스를 원전·전력계통·저장·연산을 통합 운영하는 거점으로 만들고 전력기기와 냉각기술, AI 반도체, 산업 AI 등의 실증과 사업화까지 연계해 경북 동해안과 포항·구미·대구·경산을 잇는 국가 동해안권 AI 산업축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형철 경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AI 시대 경쟁력은 데이터센터 유치가 아니라 전력과 연산 인프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경북 원전벨트를 국가 AI 학습축으로 육성해 동해안권을 미래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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