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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도 뜯겨나갈 '200년 빈도'…거제 910mm '역대급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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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역대 하루 강수량 636mm '역대 3위', 200년 만에 한번 꼴
거제·통영 시간당 124.4mm·97.4mm '지역 신기록'
산사태 1명 사망 등 4명 사상·2600여 세대 정전 "복구 총력"
남해안 6개 시군 가뭄 벗어났지만, 밀양 여전히 '심각'

거제 폭우 피해 현장.  엑스(옛 트위터) 캡처·경남소방본부 제공거제 폭우 피해 현장. 엑스(옛 트위터) 캡처·경남소방본부 제공
경남 거제와 통영에 유례없는 '극한 호우'가 덮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극심한 가뭄을 해갈한 단비였지만, 곧바로 이어진 기습 폭우는 도심 기능을 한순간에 마비시켰다.

거제·통영 '역대급 폭우'…여름 전체 강수량 육박


광복절 연휴 기간인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거제·통영에는 기록적인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누적 강수량은 거제 910㎜, 통영 747㎜에 달한다.

두 지역의 평년 여름 강수량이 각각 935.1㎜, 728.8㎜. 15일 강수량이 1mm도 채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여름 전체에 내릴 비를 이틀 만에 퍼부은 셈이다. 전체에 내릴 비를 사흘 만에 퍼부은 셈이다.

거제 매몰자 구조. 경남소방본부 제공  거제 매몰자 구조. 경남소방본부 제공 
특히 거제에서는 17일 하루에만 636.8㎜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새벽 한때 1시간 동안 무려 124.5㎜의 비가 퍼부어 1972년 거제 관측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영도 시간당 97.4mm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전국 기상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의 역대 하루 강수량과 비교해도 이번 거제 기록은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870.5㎜)과 대관령(712.5㎜)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상청은 거제와 통영의 이번 강수 수준을 각각 200년,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분석했다. 경남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모두 해제됐다.

산사태에 1명 사망·3명 부상…도로 침수·정전·단수 잇따라


짧은 시간 폭포수처럼 쏟아진 비로 도심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하며 인명·재산 피해가 이어졌다.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에는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덮치면서 20대 남성 1명이 숨지가 2명이 다쳤다. 통영 곤리도에서는 60대 여성 1명이 매몰됐다 구조되는 등 이번 호우로 모두 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거제 아파트 산사태 현장. 경남소방본부 제공 거제 아파트 산사태 현장. 경남소방본부 제공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단시간에 폭포수처럼 쏟아진 비로 도심 전체는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했다. 거제 주요 도로에는 황톳빛 흙탕물이 몰아쳐 주차된 승용차가 바퀴까지 잠긴 채 떠내려갔고, 강한 물살에 도로 아스팔트가 뿌리째 뜯겨 나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공공·민간 시설 피해는 도로 12곳, 하천 21곳, 상하수도 4곳, 산사태 24곳, 주택 58개에 달하며, 전기가 끊긴 가구도 2665세대에 이른다.

통영 60대 매몰자 구조. 통영해경 제공 통영 60대 매몰자 구조. 통영해경 제공 
위험 지역 통제와 주민 대피도 이뤄졌다. 도로 9곳, 하천변 산책로 48곳, 세월교 141곳 등 도내 240곳이 통제됐고, 거제 173세대(286명), 통영 24세대(41명), 사천 18세대(30명) 등 모두 225세대 365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이 가운데 139세대 240명은 여전히 귀가하지 못하고 있어 재난 당국은 일시구호세트 112개, 응급구호세트 100개, 식수 350병, 식품 210개 등을 긴급 지원했다.

거제 고현동, 수월동, 일운면 등에서는 도로 침수와 하천 범람으로 고립 신고가 폭주했으며, 시내·시외버스와 택시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직원들에게 출근을 하지 말라고 안내했고, 학교 등 교육시설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긴급 복구 총력 "인력·장비 최대한 지원"

재난 당국의 대응도 긴급하게 이어졌다. 통영과 거제를 제외한 경남 도내 전 소방서가 펌프차량 50대를 거제에 지원했고, 소방청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가뭄에 이어 17일 또다시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리고 중앙119구조본부 등 특수구조대와 장비를 현장에 급파했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17일 오후 4시 기준, 소방 활동 실적은 모두 1464건(구조 84건·125명, 배수 지원 181개소·559톤, 대민지원 1199건)에 달했다.

거제 배수 작업. 경남소방본부 제공 거제 배수 작업. 경남소방본부 제공 
지역별로는 거제에서만 983건의 출동이 이뤄졌고, 통영에서도 355건의 신고가 접수돼 대응에 나섰다. 주택 침수 129건, 도로 장애 328건, 토사 낙석 78건 등 도심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는 공무원 300여 명과 굴착기 32대, 덤프 20대 등 인력과 장비가 긴급 투입돼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이날 거제 산사태 현장과 임시주민대피소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도내 18개 시군에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특별지시를 내렸다. 또, 피해가 큰 거제에 인력·장비를 최대한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박완수 경남지사 거제 아파트 산사태 현장 점검. 경남도청 제공 박완수 경남지사 거제 아파트 산사태 현장 점검. 경남도청 제공 
이에 따라 도는 지반이 약해진 만큼 추가 피해가 없도록 취약 지역 안전 점검은 물론, 응급 복구와 피해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남해안 6개 시군 가뭄 벗어나…밀양 저수율 27.8% '심각' 유지


이번 폭우로 경남 남해안권 시군의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폭우 전 32.2%에서 43.1%로 상승했고, 거제시의 경우 28.7%에서 73.6%로 급증하는 등 남해안 6개 시군(창원·통영·사천·고성·남해·거제)은 가뭄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말라 버린 논. 경남소방본부 제공 말라 버린 논. 경남소방본부 제공 
그러나 밀양 등 내륙 지역은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어 여전히 가뭄 위기 수준이다. 밀양은 여전히 농업용수 가뭄 '심각' 단계로, 저수율이 27.8%에 그친다. 의령·창녕·산청 등 3개 시군은 '경계', 하동·거창·합천 등 3개 시군은 '주의', 진주·김해·양산·함안·함양 등 5개 시군은 '관심' 단계다.

마른 땅을 적시는 단비의 기쁨도 잠시, 오랜 기간 가뭄 직후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는 '극과 극'의 한반도 기후 위기가 일상화됐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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