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전면 파업 중인 현대차 노조. 김하영 수습기자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1일 10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섰다. 이날 전면 파업으로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 생산라인이 하루 동안 모두 멈춰 섰다. 제네시스와 투싼 등 하반기 주요 모델 신차 출시를 앞둔 현대차의 생산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년 만에 전면 파업…노사관계 악화일로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전 6시 45분부터 근무하는 현대차 공장 1직 조합원과 오후 3시30분부터 근무하는 2직 조합원 모두 출근하지 않았다. 근무조별로 각각 8시간씩 파업하면서 이날 생산라인은 주야간을 합쳐 총 16시간 가동을 멈췄다.
생산직과 사무직 등 3만9천명의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으로 향했다. 이종철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지난 10년 동안 파업다운 파업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왜 파업을 하지 않았겠느냐"며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고 전면 파업 이유를 설명했다.
21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전면 파업 중인 현대차 노조. 김하영 수습기자
이 지부장은 또 교섭 중반부터 쟁점이 된 정년 연장을 의식한 듯 "(현대차를) 세계 최고의 회사로 만든 선배님들이 매몰되어 있다"며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은 임금을 주기를 바라겠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내몰리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차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까닭은 기본급과 성과급 뿐만 아니라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까지 쟁점이 확대되면서다. 협상 초반에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인상 폭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교섭 중반부터는 핵심 쟁점에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이 추가됐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지급률 750%에서 800%로 인상 △60세에서 65세로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 중이다.
사측은 기본급 8만9천 원 인상과 함께 월 기본급의 350%에 해당하는 성과급과 1천만 원을 별도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자사주 15주 지급도 더했다.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는 노사 간 간극이 더 크다. 사측은 정년 연장은 법제화 이후 보충교섭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을 올해 교섭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있다.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이슈가 본교섭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떠오르면서 결국 전면 파업까지 이어진 상태다.
누적 생산 차질 6만대…신차 출시 발목 잡을라
파업이 길어지면서 생산 차질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번 전면파업으로 현대차의 올해 누적 생산 차질은 6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현대차 국내 생산라인의 시간당 생산량을 약 460대로 계산하면 이날 전면파업으로만 약 736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노조가 오는 24~25일 예고한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까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누적 생산 차질은 약 6만2천여대, 매출 차질은 약 2조6천억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제는 현대차가 하반기 신차를 앞세워 판매 반등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6년 만의 완전변경 모델인 8세대 디 올 뉴 아반떼를 이달 계약에 들어갔다. 투싼 완전변경 모델과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 제네시스 브랜드 첫 대형 전기 SUV인 GV90, 그리고 GV80 하이브리드 등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차는 출시 초기에 안정적으로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일정과 출고 일정이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신차를 앞세운 하반기 판매 회복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차는 상반기 판매 부진을 하반기 신차와 생산 확대를 통해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는 6월 글로벌 판매가 전년 동월보다 5.9% 감소했고, 국내 판매도 6.2% 줄었다.
기아 노조도 막판 합의에 진땀…다음주 부분파업 예고
현대차에 비해 좀더 수월한 교섭을 이어온 기아도 이날 파업에 일부 동참했다. 기아 노사는 성과급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지만,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전하다.
노조는 앞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주 4.5일제와 정년 65세 연장 등도 요구안에 포함했다.
사측은 지난 19일 열린 10차 본교섭에서 기본급 9만8천원 인상과 함께 월 기본급의 400%에 1200만원을 더한 성과급을 제시했다.
이날 파업에 동참한 강성호 기아차 노조 지부장은 "사측은 불안한 대외환경과 법을 핑계로 대며 2만5천 조합원 요구를 짓밟았다"며 "자기 주머니만 채우는 현대차그룹의 행위를 규탄한다. 국민연금과 연동한 정년연장은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외쳤다.
기아 노조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근무조별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오는 24일부터 올해 임단협이 끝날 때까지 조합원 교육도 중단하기로 했다. 안전사고와 신차 협의를 제외한 모든 협의를 중단하고 신차 관련 공사를 제외한 특근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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