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박정희 정부 시절 간첩으로 몰려 6년 옥살이를 한 재일동포 고(故) 최창일씨에게 50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국방부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화위) 조사는 편향적"이라며 국가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故 최창일씨 유족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방부는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정용신 부장판사)에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만으로 가혹행위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냈다.
특히 국방부는 "(진화위 결과는) 주로 피해자 진술에 의존하고 민간위원 성향에 따라 조사 결과가 편향되게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화위 조사는 향후 유사한 인권침해가 재발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역사청산의 작업일 뿐이다"라며 "증거와 진술을 취합하는 준사법적 절차는 아니므로 아무런 의문 없이 확정된 사실로 인정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방부는 진화위 조사 결과를 지적하면서도, 최씨가 육군 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수사관들에게 영장 없이 체포돼 장기간 불법구금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최씨는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2세로, 1967년부터 직장 근무 등을 위해 한국을 오가다 1973년 보안사 수사관들에게 연행됐다. 이후 영장 없이 69일간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74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1979년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될 때까지 약 6년간 복역한 뒤 일본으로 돌아갔고 1998년 57세의 나이로 숨졌다.
앞서 진화위는 2024년 최씨가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와 강압수사를 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최씨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 진화위는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사가 최씨를 영장 없이 연행해 불법 구금했으며, 한국어가 미숙해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최씨를 강압적으로 조사했다"며 "최씨가 불법적인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유죄 증거로 채택해 중형을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원 판단도 50년 만에 뒤집혔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은 2024년 5월 재심에서 불법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최씨의 진술에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가 간첩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같은 해 11월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무죄를 확정했다. 이후 서울고법 형사14-1부는 유족에 형사보상을 결정하며 지난해 최씨의 아내에게 약 3억8386만원, 아들과 딸에게 각각 약 2억5591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최씨의 아내 김모씨와 두 자녀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변론기일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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