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최영주 기자※스포일러 주의 많은 사람이 호러영화를 꼽을 때 상위권에 오르는 '곡성'. "뭣이 중헌디?"란 대사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나홍진 감독이 무려 10년 만에 신작 '호프'로 돌아왔다.
공식적으로 '호러'는 아니지만, 나홍진 감독이라면 어쩐지 우리의, 특히나 쪼렙과 중렙에게 공포를 안길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호프'를 체험하러 갔다. 이번엔 '쏘우' 시리즈나 '디센트', '카니발 홀로코스트',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등을 즐겨본다는 (우리가 아는) 호러영화계 '천상계'(이하 Heaven의 H)와 함께 '호프' 체험을 다녀왔다.
영화 '호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어? 우리가 뭘 보고 나온 거지?"
Y3 : 천상계 H가 함께하게 되어 긴장된다. 끝나고 나자마자 든 생각은 "내가 도대체 뭘 본 거지?" 그리고 "'곡성' 이후 감독은 어떤 일을 겪었던 걸까?"였다. 다들 보고 나서 "우리가 뭘 본 거지?"라는 말을 했었는데, 어떻게 봤나? H의 소감부터 듣고 싶다.
H : 나홍진과 황정민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큰 기대를 가졌는데, 너무 큰 기대를 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몰입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너무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 나홍진 감독의 욕심이 묻어났다.
Y1 : 영화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난 뒤 관객들의 '화장실 여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더라.
나 역시 3편까지 영화가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이번 '호프'를 봤다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웠을까? 아니면 나홍진 감독의 세계관이나 그의 뇌 구조를 뜯어봐야 했을까? '호프'에서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의미에 집착했던 것 같지만, 끝내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곡성'을 비롯해 나홍진 감독의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Y2 : '곡성'보다는 확실히 '쪼렙'을 위한 영화. '곡성'이 K-오컬트였다면 '호프'는 SF 괴수물에 가깝다. 미지의 괴물이 알고 보니 말도 하고, 변신도 하고, 높은 지능과 신비로운 힘을 가진 외계인이었다는 반전? 문제는 괴물의 정체를 알고 나서는 나홍진 감독 영화 특유의 쫄깃한 스릴러가 사라지면서 처절한 SF 액션이 펼쳐진다.
Y3 : 질주하는 데 특화된 영화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곡성'에서 내세웠던 '믿음'에 관한 감독의 생각이 더 확장된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믿음을 시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호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른 의미로 무서웠던 건…
Y3 : 사실 '호프'가 공포는 아니지만, 쪼중만 공식지수인 깜놀, 수자이크, 실눈, 공포지수 체크는 해야 할 것 같다. 난 모두 0점. 다른 의미로 공포지수 10점을 주고 싶다. 3부작이라고 들었는데,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을 어떻게 낼지 궁금한 데 3부를 볼 수 있을지…걱정되고 무섭다. 그리고 Y2를 보며 누군가에게는 크리처 공포물일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들었다. 이와 별개로 Y2의 템빨 공포체험에 '옐로카드' 1장 주겠다.
Y2 : 아니, 딱히 템빨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에어컨 추위를 막고자 가져간 카디건이 '신의 한 수'였다. 정체불명의 괴수가 튀어나올 것 같은 타이밍마다 적절히 실루엣 감상으로 으스스한 분위기만 즐기고, 공포는 피해 갈 수 있었다. 완벽한 관람이었다. 앞으로도 애용해야지.
암튼 깜놀 3점, 수자이크+실눈 4점, 공포지수 3점. 쪼중만 첫 편인 '군체'보다는 확실히 모든 지점에서 약하다고 느꼈다. 사실 깜놀한 일이 없었기 때문에 깜놀지수를 3점이나 준 게 너무 후한 것 같기도? 근데 Y1도 나랑 비슷할걸?
Y1 : 아니라고 하고 싶지만… 깜놀 3점, 수자이크 2점, 실눈 2점, 공포지수는 4점이다. 범석(황정민)과 괴물이 처음 조우하고, 그 실체가 또렷하게 드러나기 전까지 깜놀, 수자이크, 실눈 지수를 거의 다 써버린 것 같다. 정작 그 이후에는 괴물이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와 어깨를 '들썩'이며 봤다. H는 Y3랑 비슷하지 않을까?
H : 난 깜놀 2점, 수자이크 0점, 실눈 0점, 공포지수는…. 너무 박해 미안하다.
Y3 : H의 점수는 예상했던 대로인 듯. Y1과 Y2를 위한 '공포체험'이었지, 사실 '호프'가 공포영화가 아니니까 그럴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공포스러웠던 점은 호러영화의 공포와는 달랐다. 무조건적인 폭력이 나오는 장면들, 그러니까 범석이 공포에 질려 문을 향해 총을 쐈는데, 문 뒤에 있던 게 사람이었던 장면, 성애(정호연)가 나타나자마자 외계인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 등 공포와 신념(믿음)에 따른 무조건적인 폭력이 가져오는 결과가 '호프'의 공포였다.
영화 '호프' 예고편 화면 캡처 Y1 : 솔직히 실눈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장면도 있었다. 인간에게 총상을 맞고 끝내 교통사고로 죽은 괴물의 시체를 분해하는 장면이다. 그때는 아예 눈을 질끈 감고 어서 장면이 지나가기를 바랐다. 살점을 파고드는 기괴한 톱질 소리부터 인간의 '헉헉'거리는 숨소리까지…. 보이지 않는 청각이 더 큰 공포를 자극하더라.
Y2 : 난 범석이 열심히 괴수를 쫓던 중에 트럭을 탄 동네 청년들을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이들이 범석 쪽을 향해 총을 난사해 간신히 피하는데, 이후 범석 쪽으로 달려 온 청년이 "괴수가 바로 뒤에 있었다"고 한다. 청년들은 범석이 아닌 괴수에게 총을 난사한 셈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마을을 파괴할 정도로 거대한 괴수가 소리 소문 없이 범석 뒤에 있었던 것부터 식은땀이 흘렀다. 괴수의 존재가 밝혀지는 순간까지도 범석과 숨바꼭질을 하며 '거대한 공포의 심연'을 맞닥뜨리는 긴장감이 증폭됐다. 근데, 말하면서 느끼는 건 H는 잘못 초대한 것 같다. 하나도 안 무서워하던데….
H : 난 Y2가 후드를 얼굴에 쓰고 있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사실 '호프'는 무섭다기보다는 Y2와 비슷하다면 비슷할 수 있는데,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로부터 피해가 속출하던 무렵 긴장이 높아졌다. 이어 외계 생명체 중 처음 등장한 바미기르의 모습이 보일 때 '어이쿠' 싶었다. 전체 외계 생명체 중 가장 흉측한 모습이긴 했다.
영화 '호프'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인간과 닮은 듯 다른, 어딘가 불편한 외계인
Y3 : 사실 '호프'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외계인이다. 일종의 '불쾌한 골짜기'였다. 인간의 시점에서 불쾌하고 기이한 외형으로 디자인하면서 관객들이 '시각'과 시각에 따른 판단에 따라 움직이게끔 만든다. 호포항을 가득 채운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와 그들을 향한 무조건적인 폭력을 정당화하게끔 판단력을 흔드는 외형이라는 점에서 효과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Y2를 가오나시로 만들고, Y1을 실눈 뜨게 했으며, H를 '어이쿠' 외치게 만든 외계인 디자인, 다들 어떻게 봤나?
H : 바미기르는 귀신과 흡사한 모습이어서 놀람이 있었고, 다른 외계 생명체는 어딘가에서 봤음 직한 외형이라 상상을 뛰어넘지 못했던 듯하다.
Y1 : Y3의 말처럼 3m가 넘는 키와 푸른 피부색, 한 번 더 꺾인 관절 등은 인간과 다르게 묘사되지만 눈, 코, 입과 다섯 손가락, 두 다리 등 외형은 제법 인간과 닮지 않았나. 또 칼리라는 아기 외계인을 찾기 위해 눈물을 글썽이며 몸을 사리지 않는 아가페적인 사랑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과 꽤 닮은 면모가 많았던 것 같다.
Y2 : H랑 비슷한데,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이 분야로 너무 유명한 영화 '아바타' 시리즈가 있어서 그렇지 예산 대비 훌륭하게 구현했다. 다만 인간처럼 성별로 구분되고, 가족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언어로 소통하는 점은 아쉬웠다. 오히려 사냥꾼 성기(조인성)를 추격할 때 네발 달린 짐승처럼 질주하는 외형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제6화 ②편 '폭력의 질주 속에서 우리가 만난 공포'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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