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오른쪽은 28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서 대법관 후보자 관련 브리핑을 하는 강유정 수석대변인. 연합뉴스청와대가 얼마 전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2명의 대법관 후보자 중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재제청 요청을 하기로 했다.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재제청을 요구하는 일은 87년 현행 헌법으로 개정된 이후 처음 있는 사례다.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28일 오후 브리핑에서 "두 대법관 후보자 중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재청된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했으며,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재제청 근거로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제청이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지난 1월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7개월 넘도록 제청을 하지 않다가, 8월 18일 실질적으로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봉기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는 설명이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 과정에서 "제청과 임명은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며, 국민주권 원리에 비춰봤을 때 제청권은 임명권을 대체하거나 무력화하는 권한이 아니라, 임명권이 올바르게 행사되도록 뒷받침하는 권한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를 거쳐 제청에 이르러 온 것도 각 기관 간의 권한을 상호 존중하라는 헌법의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그동안의 협의 관행은 임명권자와 제청권자,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최고 법원이 구성되는 일을 막고, 그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절차적 장치"라고 강조한 뒤 "사법부가 그 관행을 저버린 것은 지금껏 사법부 독립을 지탱해 온 근거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조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률 검토 뒤에 내린 결론이라며 "대통령의 임명권 자체가 실질적 심사의 재량을 내포하고 있으며, 대법원장의 제청권 귀속되지 않는 개념으로 재제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가 손 후보자 제청 직전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했던 점도 문제삼았다.
강 수석대변인은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 시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미 정당하게 추천된 후보자들을 제청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후보자 개인에게 타진한 것은 인사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대법관의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 국민의 재판 청구권 보장이라는 대법원 본연의 역할을 고려할 때 손 후보자에 대한 이번 제청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국민적 요청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이번 대법관 후보 가운데 여성인 김민기 후보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인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날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례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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