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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미적거리는 사이…기후재앙은 '개도국' 네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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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 빙하·암석 붕괴가 촉발…기후변화 영향 주목
온난화로 빙하·영구동토층 녹아 산악지대 위험 커져
1.5~2도 상승 땐 히말라야 빙하 최대 절반 사라질 전망
배출 책임 적은 개도국에 피해 집중…기후재원은 턱없이 부족
전문가 "네팔 사태, 국제사회 기후재원 역할 되짚어야"

네팔과 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수습이 이어지고 있는 30일(현지시간) 네팔 치트완 지역의 실종자 센터에서 한 시민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네팔과 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 수습이 이어지고 있는 30일(현지시간) 네팔 치트완 지역의 실종자 센터에서 한 시민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과 중국 접경지역을 덮친 대홍수가 빙하와 암석 붕괴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후위기의 책임과 피해가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기후 불평등'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해온 선진국에 비해 네팔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역사적 배출 책임은 상대적으로 작다. 반면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도국은 극한기후와 빙하 융해 등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기후재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제 지원 규모와 속도가 기후위기의 진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빙하·암석 무너지며 대홍수…"기후변화가 위험 키울 수 있어"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의 원인으로 빙하와 암석의 대규모 붕괴가 지목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히말라야 고지대의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지반이 불안정해지고 산사태와 암석 붕괴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이번에도 대규모 얼음과 암반이 무너져 내리면서 산 중턱의 빙하호에 충격을 가해 대규모 홍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의 고란 엑스트롬 교수는 지난 28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현상은 기후변화가 없더라도 발생할 수 있지만 기후변화가 이를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산악지역의 산사태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말라야의 빙하 감소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0년까지 히말라야 빙하 전체 면적의 약 12%가 사라졌다.

ICIMOD는 기온이 1.5~2도 상승할 경우 2100년까지 빙하 부피의 절반가량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빙하 융해가 빨라질수록 빙하호 범람과 산사태 등 산악지역의 재해 위험 역시 커질 수 있다.

배출 책임은 적은데 피해는 더 크게…기후위기의 불균형

기후변화의 영향은 전 세계에 미치지만 그 책임과 피해의 크기는 같지 않다. 산업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하며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이 큰 반면,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은 상대적으로 적은 배출 책임에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에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를 별도로 명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변화 적응만으로 피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취약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실제 재원 마련은 더디게 진행돼 왔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기후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FRLD)은 파리협정 채택 이후 8년이 지난 2023년에야 출범이 결정됐다.

기후환경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의 정세희 외교팀장은 CBS노컷뉴스에 "기금의 공식 운영 개시를 선언한 지금도 실제 기금에 들어온 돈은 4억3천만달러 남짓"이라며 "전문가들이 추산하는 연간 필요액 7천억달러대와는 비교되지 않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녹색기후기금(GCF)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국제 기후환경단체 '지구의벗 아시아태평양'에 따르면 네팔의 빙하호 범람 위험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업은 2018년 GCF 심사 대상으로 제안됐지만 2025년 7월에야 승인됐다.

단체 소속 미나 라만 기후정의 대변인은 "훨씬 더 일찍 프로젝트가 승인됐다면 조기경보 시스템과 기타 조치를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비극은 기후재원이 기후위기의 속도와 동떨어진 채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11월 COP31로 향하는 시선…개도국 기후재원 다시 쟁점

이번 네팔 대홍수를 계기로 오는 11월 열리는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에서도 개도국에 대한 기후재원 확대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선진국의 기후재원 확대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COP31을 앞두고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협상에서도 개도국들은 기후재원의 규모와 접근성을 대폭 확대할 것을 요구했지만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 팀장은 "이번 네팔 사례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작은 국가들이 큰 피해를 부담하는 현실과 이를 지원할 국제 기후재원의 규모와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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