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질의 출석을 거부하면서 법리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불출석 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압박하지만, 조 대법원장 측은 사법부 독립 침해를 이유로 맞서고 있다. 과연 민주당의 주장대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처벌은 가능할까.
조 대법원장은 31일 예정된 법사위 현안질의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회의 출석 요구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대법관 제청권 행사에 대한 증언을 요구하는 것으로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은 또 국회법 제121조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회법 제121조 5항은 본회의나 위원회가 특정 사안에 대해 질문하기 위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감사원장 등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국무총리·국무위원·정부위원에 대해 출석·답변 '의무'를 명시한 같은 조 3항과 달리, 5항의 독립적인 헌법기관장에 대해서는 출석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국회법 조항을 잘못 적용하고 있다고 본다. 이번 출석 요구가 국회법 121조에 따른 출석 요구가 아니라, 국회법 129조에 따른 '증인' 출석 의결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회법 제129조 1항은 본회의나 위원회가 안건 심의 또는 국정감사·국정조사를 위해 증인·감정인 또는 참고인의 출석을 의결로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법사위 증인으로 의결한 만큼 121조에 의한 기관장 출석 요구와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전날 "조 대법원장이 국회법 121조를 얘기한 건 교묘하게 법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우리가 얘기한 건 국회법 129조"라고 주장했다. 불출석이 계속될 경우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법적 책임과 관련해 국회법 129조 3항은, 1항의 증언 감정 절차는 다른 법률 즉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국회 증언감정법의 조항은 12조다. 이 조항은 불출석 증인 등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미만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붙는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다.
따라서 향후 법적 책임을 둘러싼 핵심은 조 대법원장의 사법부 독립과 제청권 보호라는 불출석 사유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법사위가 조 대법원장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한 사안이 국회법 129조가 규정한 '안건의 심의'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여당 간사인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사위 현안질의 출석 요구에 대해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사법부 현안과 관련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불출석 사유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는 조 대법원장에게 물을 내용은 재판에 관한 것이 아닌 만큼 사법부 독립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을 법사위 증인대에 세워 따질 것은 재판이 아니라 대통령실과의 실질적 협의 없이 당일 기습적 대법관 서면 제청(제청권 남용), 특정 인물을 대법관에 심기 위한 '알박기' 꼼수,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의 대법관 후보추천위에 대한 사실상의 사퇴 종용, 비상계엄 선포 당시 재판 관할을 계엄사령부로 넘기기 위한 긴급 회의 소집 의혹 등 사법행정에 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승원 민주당 법사위 간사는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을 209일간 미룬 경위와 후보자들에게 전화를 건 과정,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 등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법관 제청권 자체가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헌법상 권한인 만큼 이를 국회가 공개적으로 추궁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계속 출석을 거부할 경우 고발 등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실제 고발이 이뤄질 경우 출석 요구의 적법성과 불출석의 정당한 사유를 둘러싼 법리 공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대법원장에 대한 실제 형사 처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입법부가 고발하더라도 최종 유무죄를 가리는 주체는 다름 아닌 조 대법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사법부다.
결국 민주당의 고발 경고는 조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대법관 제청을 청와대가 반련한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응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꺼내 든 여론전의 성격이 짙다는 관측이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