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물을 걷어내기 위해 벽을 통째로 부수는 모습. 다딩(네팔)=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홍수로 평생 일군 모든 것을 다 잃었습니다. 네팔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네팔 대홍수 발생 닷새째인 30일(현지시간) 다딩(Dhading)구의 마헤슈도반 마을에서 숙박업을 하던 A씨는 인부들과 가게를 부수다 울분을 토했다.
홍수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다딩은 수도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약 한시간 반쯤 거리에 위치한 곳이다. 홍수가 발생한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약 100km 떨어진 하류 지역이지만, 상당한 거리에도 홍수가 밀고 내려온 토사에 마을이 통째로 잠겼다. 다행히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피해는 막심했다.
홍수 발생 닷새째, 아직도 넘실거리는 트린슐리 강물. 다딩(네팔)=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이날도 대부분의 주택은 여전히 절반쯤 진흙에 묻혀 있고, 그나마 높은 층고의 집은 앙상한 뼈대만 남았다. 차도에는 잿빛 토사물이 높게 언덕을 이뤘고, 그 위를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졌다. 전봇대 전선에는 수 많은 잔해들이 빨래처럼 널려 있어 당시 물살이 얼마나 높았는지 보여줬다.
A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시민권과 신분증, 향후 사업을 위한 각종 서류를 찾는 수밖에 없었다. A씨와 인부들은 대형 망치로 가게 벽을 부수고 내부에 쌓인 토사를 밖으로 던져냈다. A씨는 "많은 언론사, 유튜버들과 인터뷰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지자체에서 각 가정에 1만 루피(한화 약 10만원)를 지원한 것이 전부. 정부는 어디에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서 작은 마트를 운영하던 소남(36)씨도 진흙더미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가게 안에서 멀쩡한 물품이라도 건지기 위해 맥주병과 식료품을 연신 물에 씻었다. 홍수로 인해 마트 물건은 대부분 유실됐고, 겨우 20% 정도만 남았다. 소남씨는 "건질 수 있는 물건들은 챙긴 뒤 이제는 안전한 곳으로 이사할 것"이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굽이치는 강물에 토사가 점차 깎여가는 모습. 다딩(네팔)=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일부 지역에서는 대홍수의 위협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다딩 하구 지역의 경우 강물이 굽이치면서 일부 상점이 밀접한 지역의 토사를 계속 때리고 있다. 강물이 점차 가까워지자 홍수의 두려움을 느꼈던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스스로 가게를 철거하는 모습이었다. 짐을 싸는 주민만 약 300명에 달한다. 음식점을 철거하던 한 주민은 "어디로 갈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다만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홍수로 인해 집의 절반이 토사로 가득 차 망연자실한 로라 쿠마리 아디카리씨. 다딩(네팔)=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터전을 비롯해 아예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디딩구 상류 지역에 위치한 집들은 대부분 토사물을 직격으로 맞아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로라 쿠마리 아디카리(55)씨가 40년 동안 거주한 3층 집은 홍수 이후 별안간 1층 집이 됐다. 진흙이 건물 2층의 절반까지 쌓였기 때문이다. 홍수 직후 급히 산 위로 대피해 목숨은 건졌으나, 그에게는 옷가지 하나 제대로 남은 게 없다. 아디카리씨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다른 지역에 살던 친구가 생계를 도와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재민 대피소가 마련됐지만 시설은 열악한 상황. 다딩(네팔)=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갈 곳이 없는 주민들은 산 위쪽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 모였다. 2층짜리 대피소에는 40~50명의 주민들이 5개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방에는 카펫 여러 개가 깔린 게 전부였다. 30년 동안 다딩 내 코타바라 지역에서 산 락슈미 프라사드 아차랴(68)씨는 아직도 현실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카트만두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는 홍수 소식을 듣고 급하게 고향을 방문했으나, 집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뒤였다.
대홍수는 아이들의 마음에도 상처를 남겼다. 대피소 앞에서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던 아이들 10여명은 홍수 당시의 상황을 묻자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로스니 슈레스타(10) 양은 홍수 당시 학교 근처에 있다가 급하게 대피했다. 로스니는 "나중에 급하게 대피했지만 학교와 집은 진흙에 잠기고 다 망가졌다"며 "가장 슬픈 건 집에서 키우던 돼지가 다 떠내려간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를 가장 좋아한다는 소림 따망(11)군은 앞으로 어디서 살지가 가장 걱정이다. 그는 "집이 없어서 갈 수도 없고 학교가 없어서 공부도 할 수 없는 게 슬프다"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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