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해당하는 109개 기관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기능개혁에 나선다.
발전공기업 5곳과 전국 4개 항만공사를 각각 하나로 통합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합친다. 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한다.
유사·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과 자회사, 소규모 기관까지 대거 정비해 공공부문을 '기관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위기, 저출생·고령화 등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려면 기관별로 기능을 나눠 수행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이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유사·중복 기능은 정비하고, 비핵심 기능은 덜어내며, 분산된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결해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공공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설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발전 5사·항만공사 하나로…LH는 둘로 쪼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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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개편의 핵심은 에너지와 항만 등 국가 인프라 분야의 기능 재편이다. 정부는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하나의 법인인 가칭 '한국발전'으로 통합한다. 발전사별로 흩어진 연구개발과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연료와 정비자재 공동구매, 중복인력 효율화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추진한다. 통합기관에는 해상풍력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노동자의 전환을 지원하는 정의로운전환본부 등을 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도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 기존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전환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맡고 통합기관이 정책·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항만공사 간 과당경쟁을 줄이고 해외 거점을 공동으로 조성해 국제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도 통합해 국가 에너지 안보와 수급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모든 광업소가 폐광한 대한석탄공사는 부채 청산 재원을 마련하고 법 개정을 거쳐 청산한다. 코레일과 SR은 고속철도 운영체계를 일원화해 좌석 공급 확대와 운임·마일리지 개선 등을 추진한다.
LH는 통합이 아닌 분리 대상이다. 정부는 성격이 다른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한 기관이 함께 수행하면서 주택 공급 속도가 떨어지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이 커지는 등 비효율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은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로,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은 가칭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나누는 방안이 제시됐다. 개발공사에서 발생한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에 별도 적립해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다.
구체적인 LH 조직별 기능개편안은 국토교통부가 별도로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유사·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중·대규모 기관도 통합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을 가칭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으로 통합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자회사와 정원 100명 미만 소규모 기관 등도 정비한다. 해외에 흩어진 공공기관 사무소를 한곳에 모아 기업과 교민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K-마루' 사업도 확대한다.
통폐합에 지방이전까지…'기능 중심 집적' 추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대규모 기능개혁은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맞물려 진행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2차 지방이전의 원칙으로 '수도권 잔류 최소화'와 '기능적으로 연관된 기관의 집적 배치'를 제시했다.
김 장관은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1차 이전처럼 공공기관을 여러 지역에 단순 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적으로 연관된 기관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산업·대학과 연계해 이전기관이 지역 성장의 '앵커'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교통·교육·의료·문화 등 정주여건도 함께 개선한다.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건물 임차 등을 활용해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1차 이전 때와 같이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건물 임차 등을 활용해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노조·지역 반발에 법 개정까지…실행이 관건
연합뉴스관건은 실행이다. 109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개편인 만큼 통폐합 과정에서 노동계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관을 합치면 규모의 경제와 중복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조직이 지나치게 커지면 의사결정이 느려지거나 기존 기관의 전문성과 지역별 특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기관별 인사·보수체계를 통합하고 근무지를 조정하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일부 기관의 통폐합과 청산에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정부 계획대로 개편을 마무리하려면 국회의 입법 절차와 지방정부·노동계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도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착수한다. 김 장관은 "지방정부, 노동계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전계획을 연내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허 차관은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폐합 전후 보수 등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복리후생 강화와 경영평가 인센티브 부여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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