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김 후보자 측은 '임상 절차가 지연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공익적 목적으로 당국에 이를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에게 민원을 전달한 인물이 치료제 개발 업체 대표와 임상 승인 시점에 맞춘 주식 거래를 논의한 정황이 드러났다. 야권에선 김 후보자가 민원을 제기한 인물과 가까웠다는 점에서 부당한 주식 거래 정황을 알았던 것은 아닌지 의심 중이다.
코로나 치료제 임상 승인 전…활발히 오간 주식 정보
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024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업체인 제넨셀 대표 강모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강씨는 2021년 코로나19 치료제가 임상시험 승인을 받게 될 예정이고, 외부 투자자와 투자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내용의 미공개 정보를 양모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씨는 과거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으로 김 후보자와 인연을 맺었으며,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에 관한 민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재판부는 강씨가 양씨와 임상시험 승인 전 주고받은 연락을 토대로 혐의를 인정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강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승인 신청한 이후인 2021년 9월 30일 양씨에게 "치료제 제조 위탁을 받은 회사가 다음 주 초까지 빠지고 그 다음부터 엄청 오를 거다. 우리가 임상시험 승인을 받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10월 들어 강씨는 양씨에게 제넨셀이 외부 투자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거듭 암시했다. 강씨는 같은 달 8일 양씨에게 "10월 20일쯤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이 나면 구주 57억에 신주 50억인데 신주에는 콜옵션을 붙여준대"라고 언급했다.
실제 같은 달 19일 세종메디칼이 제넨셀의 50억 원 상당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강씨가 보유한 62억9천만 원 상당의 제넨셀 주식을 양수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이튿날 강씨는 양씨에게 "저기 주워 담아. 곧 올라"라며 제넨셀 등의 주식을 사들이도록 했다. 양씨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한 뒤 세종메디칼 주식 4천133주를 매수했다. 지인에게는 "제넨셀 사. 빨리. 딴 데 말하지 말고"라며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다.
이후 식약처는 같은 해 10월 26일 제넨셀 치료제의 임상 2·3상을 승인했다. 이를 근거로 법원은 "강씨가 양씨에게 미공개 중요정보를 제공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오빠가 도와주면 좋을텐데…투자 유치돼 있고 돈 들어올 것"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연락해 투자와 관련이 있는 표현을 일부 사용했다는 점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양씨는 같은 해 9월 14일 김 후보자와 통화하며 "교수님(강씨)이 비공식으로 코로나 3상에 들어가 있다. 우리 교수님이 제넨셀 최대 주주다. 어떤 큰 투자 회사가 붙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7일에는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에 코로나 치료제 관련해서 들어가 있는데 늦춰지나보다. 오빠(김 후보자)가 도와주고 그러면 좋을텐데. 이미 300억 투자 유치가 돼 있고 10월 15일 돈도 들어오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닷새 뒤 김 후보자는 양씨로부터 건네받은 메시지를 김강립 당시 식약처장에게 전달했다. 제넨셀의 임상시험 승인을 담당하는 부서를 거론하며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세종메디칼의 투자 소식과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관련 소식이 공시되면서 주가가 요동쳤다. 당시 양씨는 임상시험 승인을 확신한 듯 지인에게 "원래 발표가 났어야 하는데 식약처에서 서류 보완해달라는 게 있어서 밀린 거다. 그거 기사 나면 주식 방어가 잘 될 거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제넨셀이 치료제 임상시험 대상을 모집하는 데 차질을 빚으면서 임상이 중단됐다. 결국 손실을 떠안은 세종메디칼이 상장 폐지되면서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자는 억울하다지만 진짜 억울한 분은 말도 안 되는 게이트에 엮여 피해를 입은 선량한 투자자"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 측 인사청문 준비단은 입장문을 내고 "국회의원으로서 국내 중소기업의 임상시험 절차를 공정하게 살펴봐 달라는 공익적 고충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승인이나 특혜를 요구하지 않았고 민원 전달의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약속받은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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