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청와대와 사법부의 대법관 재제청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흥구 대법관까지 퇴임하면서 대법관 2명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상황이 현실화했다.
특히 이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3부에는 대법관 2명만 남게 돼 사무분담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제청 갈등으로 발생한 대법관 공백이 단순한 인선 지연을 넘어 상고심 재판부 구성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
이흥구 퇴임하면 3부에 2명만…소부 구성 조정하나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법관은 이날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후임자 없이 퇴임한 데 이어 이 대법관까지 대법원을 떠나면서 대법관 공석은 2명으로 늘었다.
당장 영향을 받는 곳은 이 대법관이 소속된 대법원 3부다. 같은 3부 소속이던 노경필 대법관이 지난 7월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돼 재판 업무에서 빠진 상황에서 이 대법관까지 퇴임하면 3부에는 기존 4명 가운데 2명만 남게 된다.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먼저 사건을 심리해 의견이 일치한 경우, 부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대법관 퇴임으로 3부에 대법관 2명만 남게 되면 현행 구성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소부 구성 조정이 필요하다.
사무분담을 어떻게 조정하느냐도 주목된다. 소부는 참여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해야 사건을 최종적으로 판결할 수 있는 만큼, 어느 대법관을 어느 부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합의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들의 판단이 모두 같을 수는 없는 만큼 특정 대법관이 어느 부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행정적인 재판부 구성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영향을 받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자리 채워져도 공백 계속…노태악 후임 인선은 안갯속
대법원. 연합뉴스이 대법관의 후임 인선은 진행 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이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 제청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오는 14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16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과 대통령 임명 절차가 남아 있다.
반면 김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지난 3월부터 비어 있는 노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노 전 대법관 후임 4명을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약 7개월 뒤인 지난달 손봉기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지만,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 대법원장은 당초 지난주 재제청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부친상을 당하면서 결정을 미뤘다. 대법원은 지난 4일 "현재 사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가 마무리되는 대로 조속히 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기존 추천 후보 가운데 다른 후보를 제청하거나, 후보추천위를 새로 구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청와대는 기존 후보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신속하게 재제청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제청을 둘러싼 대치가 반복될 경우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양측이 결국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계속 재제청이 가능하다고 하면 끝도 없이 갈 수 있다"며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할 경우 전원합의체의 심리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대법관이 공석이더라도 전원합의체 운영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대법관 2명의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김건희씨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사건 등 주요 사건이 회부돼 있다.
특히 김씨는 항소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씨 무상 여론조사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대법원은 지난 7월 23일 김 여사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면서 예정됐던 선고를 미뤘다. 이후 한 달 넘게 새 선고기일이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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