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 여객기 참사 1주기였던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역에 디지털 분향소가 설치돼있다. 황진환 기자12·29 여객기 참사 이후 유해 훼손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대규모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유해를 수습하는 범정부 매뉴얼을 마련했다.
정부는 대규모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 재난 피해자의 유해를 체계적으로 수습하고, 정확하게 신원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인도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합동 '항공기 사고 재난 피해자 유해수습 매뉴얼'을 지난 8월 7일 매뉴얼을 제정한 뒤 검토 절차를 거쳐 7일 공개했다.
12·29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기 사고 피해자의 유해를 체계적으로 수색하고 수습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지난 5월 소방청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정부는 부처 합동회의와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의견수렴, 항공기 사고와 법의학 분야 민간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매뉴얼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인터폴(INTERPOL)의 '재난 희생자 신원확인(DVI) 매뉴얼'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항공 재난 가족 지원 체계' 등 해외 사례도 검토했다. 또 국내 재난관리체계와 관계기관별 법적 권한을 반영해 국내 실정에 맞는 범정부 유해수습 절차를 구체화했다.
매뉴얼은 유해수습 절차를 △현장 초기 통제 및 화재진압·인명구조 △현장 평가 및 합동 상황판단회의 △수색범위 설정 및 합동 수색·수습팀 편성 △유해 수습 전 사전교육 및 준비 △수색·구조 및 유해 수습 △대형 잔해물 해체 및 유해 수습 △임시안치소 이송 및 유해 인계 △탑승객 명단 대조 및 신원확인 △유가족 인도 및 유해 수습 종료 등 9단계로 나눴다.
우선 사고 초기에는 생존자 구조와 인명피해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한다. 현장을 통제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동시에 인명을 탐색·구조하고 응급처치와 의료기관 이송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구조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유해와 유류품, 항공기 잔해 등을 가능한 한 최초 상태로 보존하도록 했다. 이후 유해 수습과 사고 조사가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인명구조와 응급처치·이송이 끝나면 관계기관이 협의해 유해수습 단계로 전환한다.
관계기관은 합동 현장평가와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사고 규모와 잔해 분포, 현장 위험요소 등을 확인한다. 이를 토대로 수색 범위와 수습 방법 등 전반적인 사항을 결정한다. 이후 관계기관 합동 수색·수습팀을 구성해 사고 현장을 격자 방식으로 나누고 수색 구역별로 빠짐없이 수색한다.
유해가 발견되면 위치와 상태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고유 수습번호를 부여한 뒤 예우를 갖춰 수습한다.
수습한 유해는 제독·소독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임시안치소로 옮긴다. 현장에서 부여한 수습번호와 인계·인수 기록을 교차 확인해 유해 발견부터 이송 검안 신원확인까지 관리 이력을 유지한다.
유해와 유류품의 기록관리 증거보전 신원확인은 '한국형 재난희생자 신원확인(K-DVI)' 체계에 따라 진행한다.
유해 수습부터 이송 검안 감정 보관까지 전 과정에서 증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유해에서 확보한 지문, DNA, 치아 정보 등 사후 자료와 의료·치과 기록, 가족 유전자 참조 시료 등 생전자료를 대조해 과학적 절차로 최종 법적 신원을 확인한다.
특히 정부는 유해 수습을 희생자의 존엄과 유가족의 알 권리를 함께 보장해야 하는 과정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유해 수습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수색·수습 진행 상황과 신원확인 과정 등을 유가족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또 신원이 확인된 유해와 소유자가 확인된 유류품은 최대한 예우를 갖춰 유가족에게 인도한다.
유해 수습을 끝내기 전에는 관계기관이 최종 수색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종료 여부를 판단한다. 공식적으로 유해 수습 종료를 선언하기 전에는 유가족에게 수습 과정과 결과 유해 상태 등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했다.
정부는 앞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합동 교육과 실전훈련을 통해 매뉴얼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계속 점검하고, 훈련과 실제 재난 대응 과정에서 확인되는 개선사항을 반영해 매뉴얼을 보완할 계획이다.
정부는 "항공기 사고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생존자를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며, 이후 유해 수습 역시 희생자의 존엄과 유가족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번 매뉴얼을 통해 사고 초기부터 유해 수습 종료까지 관계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고 하나의 팀처럼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 반복적인 교육과 합동훈련을 통해 현장 대응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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