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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 보육원 16살 지적장애아 투신…인권위 진정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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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양육시설 만 16세 지적장애 아동 자살 시도
장애 따른 충동 행동 심화…시설 측과 갈등 지속
15만 원 절도에 '5배 합의금'…자립통장서 출금
"장애 특성 고려 안 한 징벌적 대응"…인권위 진정
시설 측 "선처만이 답 아냐…훈육과 지도 차원"

서울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던 한 지적장애 아동이 시설 3층에서 투신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입원한 A군의 모습. 독자 제공서울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던 한 지적장애 아동이 시설 3층에서 투신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입원한 A군의 모습. 독자 제공
서울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던 지적장애 아동이 시설 3층에서 투신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아동은 그간 시설 내에서 양육자 등과 지속적인 갈등을 겪어왔는데, 이 과정에서 장애 아동을 대하는 시설 측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절도·폭행 갈등 끝에 투신한 장애 아동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 아동 A(16)군은 지난 7월 31일 밤 시설 3층 베란다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A군은 뇌출혈과 팔·쇄골 골절 등의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유아 시절 해당 시설에 입소한 A군은 일반고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으며, 장애 정도 심사 결과 '심한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아동이다.

A군은 장애에 따른 충동 행동으로 인해 평소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난해 무인가게 절도 사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이후에도 충동적인 절도 문제가 반복돼 경찰 선도심사위원회 등에서 지도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A군의 충동 행동은 시설 내부에서도 사무국장과 담임 보육교사 등과의 지속적인 갈등으로 이어졌다.

시설 측이 관할 구청에 제출한 '자살 행동 상황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A군이 시설 내 담임교사의 지갑에서 현금 약 15만 원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A군을 절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교사는 사무국장의 중재로 피해액의 5배인 약 78만 5천 원을 합의금으로 받는 조건으로 경찰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이 합의금은 시설 측이 관리하는 A군의 개인 명의 통장에서 전액 출금됐다.

해당 통장은 매달 정부 보조금과 시민 후원금 등이 입금되는 계좌로, A군의 생활비나 용돈 지급은 물론 향후 시설 퇴소 시 쓰일 자립정착금 목적의 자금이 모이는 통장이다. 해당 시설 역시 이 같은 공적 지원금과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법인이다.

지적장애 아동의 충동 행동으로 발생한 절도 사건을 두고 시설 내부에서 수배에 달하는 손해배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당시 작성된 합의서에는 "A군과 담임교사가 상호 공정하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절도 피해 담임교사 측과 A군의 손해배상 합의서. A군의 자필 서명도 기재됐다. 독자 제공 절도 피해 담임교사 측과 A군의 손해배상 합의서. A군의 자필 서명도 기재됐다. 독자 제공 
사고 당일 낮에도 A군은 충동 행동을 보였다. A군이 학교 친구들에게 돈을 빼앗기는 것 같다고 의심한 사무국장이 A군과 대화를 나누던 중 A군이 흥분해 국장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장은 곧바로 A군을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A군을 임의동행해 조사한 뒤 귀가 조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군은 경찰 신고 직후에도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려 했으나 직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방에 혼자 머물던 A군은 결국 베란다 아래로 투신했다.

"장애 특성 고려 안 해" 인권위 진정…시설 측 "지도 차원"

A군에 대한 시설 측 대처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진정서가 지난 3일 인권위에 접수됐다. 아동의 장애 특성과 불안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의 반복적인 대응이 결국 자살 시도로 이어졌다는 내용이다.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진정서에 따르면 진정인은 "A군은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의견을 명확히 표현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시설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취약한 위치에 있다"며 "합의금 결정이나 재산 사용, 사건 처리 과정에서 아동이 자유롭게 의견을 밝히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고, 시설 측 판단에 따라 일방적으로 처리됐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서에는 A군이 투신한 뒤 입원해 있던 기간에 사무국장이 자신의 폭행 치료비를 A군의 동의 없이 임의로 청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고 이후 작성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견서 역시 A군의 장애 특성을 짚었다. 소견서에 따르면 A군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증상과 인지 능력 저하를 보이고 있으며, 지능 저하로 인한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전문의는 "(대개) 금전 사용 후 죄책감과 혼남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살 시도나 도벽 등의 행동을 보인다"며 "자살 시도 가능성이 지속돼 신체 외상 치료 후에도 보호입원 등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반면 시설 측은 아동의 지속적인 문제 행동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대처가 훈육과 지도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사무국장 B씨는 "피해 교사가 개인 금전을 절도 당하고 A군에게 폭언까지 들어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를 진행했고, A군의 형사 처벌을 피하게 하려고 합의를 중재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당일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양육자로서 학교생활 문제로 우려가 돼 지도하려던 중 A군이 갑자기 흥분했다"며 "평소에도 직원들을 상대로 한 폭언 등 행동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해당 시설 원장 C씨 역시 "A군의 문제 행동이 반복되다 보니 무조건적인 선처만이 답은 아니라고 판단해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신 사고에 대해서도 시설 측은 A군이 스스로 답답함을 호소하며 뛰어내린 것이라며, 자살 시도가 아닌 탈출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장애 증상을 비행 취급"…사각지대 놓인 장애 아동들

전문가들은 시설 측의 이 같은 대응이 장애에 대한 이해 부재에서 비롯된 부적절한 대응이라고 지적한다.

아동복지법 전문 법무법인 격 정훈태 대표 변호사는 "교사와 국장 등 시설 직원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해 보인다"며 "지적장애 아동의 충동 행동은 장애의 증상 중 하나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를 의도성을 지닌 범죄나 비행으로 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설이 보호 대상인 아동을 상대로 합의금을 산정한 행위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다"며 "장애에 대한 이해를 갖춘 전문 복지 환경이 마련돼있지 않은 시설에서 아동이 어릴 때부터 방치돼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설 아동을 둘러싼 공적 보호망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해당 아동은 스스로 권리를 옹호할 능력이 없고, 대변해 줄 부모나 법정대리인도 없는 취약한 상태"라며 "시설 측이 아동에게 불리한 의사결정을 일방적으로 내려도 지자체가 개입할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동에 대한 맞춤형 치료 연계 등이 모두 시설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보니, 결국 발생한 문제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아동 개인이 짊어지는 구조적인 사각지대가 시설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A군은 입원 상태로 회복 중이다. 관할 구청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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