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베이징의 한 쇼핑몰 외부에 설치된 헬로키티 산리오 캐릭터 풍선 조형물 앞에서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아이들이 분수에서 놀고 있다. 연합뉴스중국에서 조부모가 손주를 키운 뒤 자녀를 상대로 수천만원대 양육비를 청구하는 법정 소송이 잇따르면서, 황혼육아를 둘러싼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손주 돌봄을 가족 간 의무로 볼 것인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돌봄 노동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쑹장구 인민법원은 최근 60대 여성 쉬모씨가 아들 량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36만 위안(약 7200만 원) 규모의 양육비 청구 소송 사건을 공개했다.
쉬씨는 2014년 아들이 이혼한 뒤 당시 4세였던 손녀를 도맡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아들이 재혼해 집을 떠나면서 쉬씨는 손녀의 일상 돌봄은 물론 생활비, 의료비,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까지 전적으로 떠안았다. 아들이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쉬씨는 법원의 조정 끝에 아들로부터 20만 위안(약 4천만 원)을 지급받기로 합의했다.
당시 아들은 자신의 월수입이 3천위안(약 60만 원)에 불과해 능력 범위 내에서 지원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쉬씨의 손을 들어줬다.
7일 베이징의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비슷한 사례는 중국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첫 돌 때부터 키운 손녀의 생활비를 부담해 온 베이징의 한 노부부는 아들과 며느리를 상대로 32만 위안(약 6400만 원)의 양육비를 청구했다.
지난달 후난성에서는 아들의 육아를 돕던 59세 여성이 단 6개월 만에 체중이 20kg 감소하고 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조부모의 신체적·정신적 고통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농촌에서는 부모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조부모가 이른바 '유수아동'(留守兒童·부모와 떨어져 농촌에 남은 아동)의 주 양육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도시에서도 맞벌이 부부 증가와 보육 서비스 부족 등으로 조부모가 손주 돌봄에 나서는 사례가 흔한 편이다.
SCMP는 "과거 손주를 돌보는 것이 조부모의 자연스러운 희생과 애정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이를 경제적 가치가 있는 돌봄 노동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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