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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빚이 곧 자산증식 기회더라"…가계빚 2천조 시대의 단면 ②학자금 대출로 주식창 열었다…'빚투' 2030, 그들이 놓친 것 (계속) |
11일 CBS노컷뉴스가 직접 들어본 2030 청년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배경에는 눈앞에서 빠르게 오르는 자산가격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다만 이들 스스로도 미처 계산하지 못한 위험이 함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당국과 한국은행은 이 지점을 무겁게 보고 있다.
정부보증 학자금 생활비 대출로 '빚투'
수도권 한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중인 대학생 A씨(23)는 한국장학재단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을 때 함께 받을 수 있는 생활비 대출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연 1.7% 고정금리로 매학기 200만원까지 나왔다. 코스피가 6천에서 9천까지 오르던 올해 5~6월엔 투자금을 모두 코스피 2배 레버리지 ETF로 옮겼고 "거의 막차를 탔다"면서도 결국 98% 수익률에 팔고 다른 종목으로 넘어갔다.
A씨는 빚투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잃기도 하고 벌기도 하다 보면 은행 정기 예·적금보다는 많이 벌 수 있다는 나름의 자만심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사기업에 다니는 30대 여성 B씨는 신용대출 3천만원을 받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가 현재 -28~-52%, 총 1천만원 손실을 보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불장이 오면 또 빚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한번 오르는 걸 봤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군복무 중 주식투자를 시작한 대학생 C씨(22)는 '도파민'(주가 급등에 따른 흥분)을 맛본 뒤 좀 더 큰 상승률을 주는 종목으로 '갈아타기'를 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3배 추종 ETF로 갈아탄 뒤 -40% 손실을 보면서도 "떨어질 때마다 평단을 낮춰 추가 매수하고 있다"고 했다.
1억원대 규모로 신용거래를 해온 40대 회사원 D씨는 최근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연락을 돌렸다. 반대매매를 피하기 위한 증거금이 필요해서였다. 조금이라도 돈을 채워 넣지 않으면 보유 주식이 강제로 처분될 상황이었다. 알음알음 사정해 모은 돈으로 D씨는 몇 차례 위기를 넘겼다.
월급 18% 늘 때 서울아파트 200%↑…반도체주 급등에 '포모'도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류영주 기자2030의 과감한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는 배경엔 '월급으로는 도저히 자산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 있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실질임금은 2015년 300만5천원에서 2024년 357만2천원으로 18% 증가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약 4억7천만 원에서 12억원으로 무려 200% 급등했다.
주가 급등도 '포모'(Fear Of Missing Out)를 부추겼다. 전 세계인의 '우상향 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뉴욕 증시의 경우,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최근 10년(2017~2026년)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2천 포인트대에서 7천 대로 약 250% 증가했고, 나스닥지수는 4천 포인트대에서 2만6천대로 약 550% 올랐다. 코스피지수도 오랜 박스권을 탈출, 지난해 6월 초 2700포인트대에서 올해 6월 22일 고점 9천 대까지 1년 새 단숨에 약 230% 급등했다가, 최근 급락해도 7000선(약 160%↑)에서 등락 중이다.
세제정책도 일만 하던 청년들을 빚투에 뛰어들게 하는 데 한몫했다. 국회예산정책처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14~2024년 국세수입이 연평균 5.1% 늘 때 근로소득세수는 9.2%, 지난해엔 12.1%까지 늘며 두 배 가까운 속도로 불었다. 자연히 전체 세수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3.1%에서 2025년 18.3%로 뛰었다. 반면 지난해 부동산·주식 등 자산 양도소득세는 전체 국세수입(373조9천억원)의 5.3%에 그쳤다.
일해서 버는 소득엔 세금이 점점 무겁게 붙고, 자산을 굴려 버는 소득엔 상대적으로 가벼운 부담이 이어지면서, 월급만으로는 답이 없다는 인식이 굳어진 셈이다.강제청산과 금리 상승은 '놓친' 계산
이들의 확신에는 공통된 전제가 하나 깔려 있었다. 시장이 계속 오른다는 것이다. 그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한국은행은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수도권 집값과 가계대출이 함께 늘며 금융불균형 위험이 쌓이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급등락한 국내 증시를 두고는, 조정 이후 빚투 포지션이 상당 부분 청산됐지만 반도체 쏠림 등 변동성 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레버리지 ETF와 차입 주식투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금리까지 얹어졌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2.75%에서 3.00%로 2연속 올리면서, 변동금리 위주인 신용대출의 이자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문제는 이 부담이 균등하게 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은이 206만 가구를 추적한 '가구DB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영끌'처럼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가구는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체 확률이 0.81%포인트 뛰었다. 기존 주택 보유 가구의 실제 연체 비율(2.01%)에 비하면 상당한 증가폭이다. 더구나 이런 가구는 가구원 한 명이 연체하면 1년 안에 다른 가구원도 연체할 확률이 8.8%로, 일반 가구(4.6%)의 두 배에 가까웠다. 한 사람의 위기가 가족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충격은 소득이 낮을수록, 담보 없이 빌렸을수록, 이미 오른 자산에 뒤늦게 올라탄 돈일수록 먼저, 더 크게 왔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금리 상승 12개월 뒤 연체 비율 상승폭이 다른 분위보다 뚜렷하게 컸고, 자영업자·법인대표 가구도 마찬가지였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득의 46%를 넘으면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이 기준을 넘는 가구 비중은 2021년 이후 계속 늘었고 특히 저소득층(1분위)에서 2021년 11.4%→지난해 14.5%로 가장 빠르게 늘었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5월과 6월 늘어난 신용대출의 절반만 주식으로 흘러갔다고 가정해도, 20% 손실이면 평가손실이 1조원 가까이 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국가 경제 전체로 보면 크지 않은 액수일 수 있지만, 그게 바로 위험한 지점"이라며
"손실이 소수에게 집중될수록 통계에는 안 잡히고, 정작 그 사람들의 삶에는 크게 남는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 청년들이 내린 선택은 눈앞의 현실에서 나온 나름의 논리였지만, 그 논리 안에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과 금리 인상, 그리고 통계 밖에서 조용히 쌓이는 개인의 손실은 충분히 계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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