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김병기 의원. 류영주 기자검찰이 13가지 비위 의혹을 받는 무소속 김병기 의원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반려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검찰은 김 의원에 대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 5개월간의 수사 경과 등을 고려할 때 구속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김 의원 수사가 시작된 이후 약 1년간 송치를 미뤄 '늦장수사'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여기에 서울경찰청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에서 사건 처리 방침을 두고 이견까지 나타나면서 사건 처리가 더욱 늦어졌다.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 수사력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수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사건 처리를 미뤄온 경찰의 판단이 결국 신병 확보의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7차례 조사 끝나고 5개월…영장 결국 '반려'
1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형원 부장검사)는 서울청이 신청한 김 의원 구속영장에 대해 전날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서울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나흘 만이다.
검찰은 김 의원이 7차례 출석 조사에 응한 점과 마지막 조사일 이후 구속영장 신청까지 약 5개월이 걸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속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수집된 증거와 김 의원의 소명(변소)을 검토한 뒤 일부 혐의에 대해 증거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경찰은 김 의원 수사와 관련해 '늦장수사' 논란에 직면해 왔다. 이번 구속영장 신청은 지난해 9월 첫 고발장이 접수돼 수사를 개시한 지 약 1년 만에 이뤄졌다.
경찰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김 의원을 7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관련 참고인 조사도 대부분 마쳤다. 그러나 이후 5개월간 "수사 마무리 단계"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사건 처리를 사실상 미뤄 왔다.
수사 완결성 부담·지휘부 이견…사건 처리는 장기화
경찰의 수사와 영장 신청이 지연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된다.
먼저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김병기 의원을 수사하는 만큼 수사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부담이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일 홍석기 경찰청 국수본부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중요 사건일수록 검토를 잘 하지 않으면 보완 수사 요구가 많을 수 있어서 작은 부분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중요 사건이고 관련자가 중요 인물일수록 엄밀성과 완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게 지휘부 입장이다. 수사 기관과 공소 유지 기관 간 입장차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오른쪽)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어울림마당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광주 여고생 살인 '장윤기 사건' 등으로 경찰 수사력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수사 완결성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도 수사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청의 '분리 송치' 방침과 국수본의 '일괄 처분' 방침이 맞서면서 사건 처리가 장기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4월 당시 박정보 서울청장은 김 의원 조사가 끝난 직후 "수사가 마무리된 혐의에 대해서는 결론을 먼저 내겠다"며 '분리 송치' 방침을 내비쳤다. 당시 수사팀 내에서는 구속영장 신청을 준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수본은 곧바로 13개 의혹을 일괄 처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시 박 청장의 발언 직후 경찰청 관계자는 "(김 의원이 수사받는) 사안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수사가 안 된 부분이 많다"며 일괄 처분 방침을 시사했다.
이후 지난 6월 박성주 당시 국수본부장은 "수사가 끝나야 전체적으로 일괄 (처분을) 결정할 사항"이라며 "전체적인 의혹이 한 번에 마무리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서울청과의 입장차를 못박았다.
경찰이 고의로 수사를 지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전직 보좌관은 수사가 길어지자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전직 보좌관은 "구속영장 미신청이 수사상 필요가 아닌 지휘부 권력 눈치 보기 등 다른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닌지 심의가 필요하다"며 "피의자는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라는 점에서 신병 확보 절차의 지연이 신분상 특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서울청 경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사건을 1개월 이내 신속히 처리할 것을 지시한다"고 결정했다.
결국 서울청은 지난 7일 국수본과 소통을 마치고 "수사 결과 혐의가 객관적으로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김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마지막 조사 이후 5개월이 지난 점 등을 근거로 영장을 반려했다.
"지금 신청할 거면 증거인멸 우려 집중 보강했어야"
윤창원 기자경찰이 사건 처리를 늦추면서 김 의원의 신병 확보 필요성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경찰이 애초 4월에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했다가 접은 이후로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면, 구속 필요성에 관한 사정은 사실상 5개월 전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며 "김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검찰에서 이런 부분을 문제 삼기 쉬운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뒤늦게라도 신청할 계획이었다면 증거인멸 우려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강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장 반려 배경에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영장 신청이 늦었더라도 혐의 소명이 충분하다면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할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대개 혐의 사실이 소명되면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가능성 등을 고려해 판사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한다"며 "검찰이 '구속 필요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구속 필요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판사"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은 영장 신청 과정에서 소명이 가능한 혐의를 중심으로 13개 의혹 가운데 5개만 적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김 의원의 차남이 중소기업 취업과 숭실대 편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공천헌금 1억 원 수수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 △신라레저 고위 관계자에게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 △대한항공으로부터 호텔 숙박권을 수수했다는 의혹 △배우자가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 등 5개다.
김 의원은 이 밖에도 영장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직 동작구의원들로부터 3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쿠팡 전직 보좌진 인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 △차남의 빗썸 취업에 청탁을 했다는 의혹 △장남의 국정원 업무에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경찰은 전날 "기록 검토 후 보완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영장 재신청 여부는 보완수사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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