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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무이자에도 안 팔린다…경기 공공택지 상업·업무용지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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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미매각 상업·업무용지 1098필지·300만㎡
금액만 9조원…여의도 면적과 맞먹는 규모
5년 무이자·토지리턴제에도 재공급·유찰 반복
정부, 장기 미매각 비주거용지 주택용지 전환
전문가 "지구별 수요 분석해 도시기능 균형 맞춰야"

자료사진. 류영주 기자자료사진. 류영주 기자
경기 침체와 건설비 상승 여파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경기지역 공공택지의 상업·업무용지가 상당수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LH가 5년 무이자와 토지리턴제, 거치식 할부 등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고도 재공급과 유찰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일부 비주거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자칫 주거시설만 늘고 상업·의료·업무시설 등 생활·자족기능은 부족한 '반쪽 도시'가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지역 미매각 상업·업무용지 1098필지·300만㎡


연합뉴스연합뉴스
12일 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월 말 기준 경기지역에서 미매각된 상업·업무용지는 모두 1098필지, 300만㎡ 규모다. 금액으로는 약 9조원에 달한다.

전국 미매각 상업·업무용지는 3089필지, 약 17조원으로 집계됐다. 경기지역이 필지 수로 전국의 3분의 1을 웃돌고, 금액으로는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셈이다.

LH가 경기지역에서 조성했거나 조성 중인 신도시·택지 사업지구는 모두 75곳이다. 유형별로는 △공공주택 △택지개발 △도시개발 △민간임대 △경제자유구역 등으로, 고양 삼송·장항과 양주 옥정·회천, 화성 동탄, 시흥 은계·장현, 수원 당수 등이 포함된다.

상업·업무용지 미매각 규모는 최근 수년 사이 가파르게 늘었다.

전국 기준 미매각 금액은 2022년 6조6천억원에서 2023년 8조9천억원, 2024년 12조4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7조2천억원까지 불어났고 올해 7월 말에도 17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LH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토지를 매입한 뒤 상가나 업무시설 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사업비까지 늘면서 시행사 등 매수자의 부담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5년 무이자·토지리턴제까지…파격 조건에도 유찰 반복


경기 고양시 덕양구 창릉지구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주택지구. 연합뉴스경기 고양시 덕양구 창릉지구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공공주택지구. 연합뉴스
미매각 물량이 쌓이면서 LH가 제시하는 공급조건도 갈수록 파격적으로 변하고 있다.

양주시 회천지구에서는 업무·복합·상업·주차장용지에 무이자 분할납부뿐 아니라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매입한 토지를 LH에 되팔 수 있는 토지리턴제와 거치식 할부까지 적용됐다.

업무시설용지는 18개월 거치 후 4년 무이자, 복합용지는 18개월 거치 후 5년 무이자 조건에 토지리턴제가 붙었다. 일반상업·주차장용지 역시 12개월 거치 후 3년 무이자와 토지리턴제가 적용됐다.

LH는 앞서 회천지구 일부 용지를 무이자 조건으로 재공급한 데 이어 토지리턴제와 거치기간까지 추가하며 판매조건을 완화했다.

고양시 삼송지구에서도 파격적인 조건에도 토지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시지원시설용지는 5년 무이자와 토지리턴제를 적용했지만 입찰에서 유찰됐고, 의료시설용지도 1년6개월 거치 후 5년 무이자에 토지리턴제까지 적용해 공급하고 있다.

고양 장항지구와 시흥 은계·장현·거모·하중 등 다른 경기지역 공공택지에서도 상업·근린생활시설용지 등에 수년간 무이자 조건을 적용한 재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 공급되는 공공택지에서도 장기간 무이자 조건이 등장했다. LH가 이달 공급에 나선 수원시 당수2 공공주택지구 일반상업용지는 4714㎡ 규모로 예정가격이 257억3844만원이지만 최초 공급 단계부터 3년 무이자 조건이 적용됐다.

LH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매수자의 부담이 커지면서 미매각이 늘고 있다"며 "토지리턴제와 무이자, 거치식 할부 등 판매촉진책을 통해 미매각 해소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부는 주택용지로…주거·도시기능 불균형 우려



파격적인 공급조건에도 비주거용지 미매각이 장기화하자 정부는 일부 용도의 전환까지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공공택지에 과다하게 계획됐거나 장기간 활용되지 않은 비주택용지 일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경기지역에서는 시흥 거모와 의왕 월암 등에서 비주택용지를 주택용지로 바꿔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온라인 소비 확대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과거보다 상업시설 수요가 감소한 만큼 실제 수요에 맞춰 토지이용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도 수요가 줄어든 비주거용지를 주택용지로 전환하는 것 자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 토지가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용도를 전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미매각 비주거용지를 모두 주택용지로 바꾸겠다는 접근은 곤란하다"며 "각 신도시에서 상업·업무·산업 수요가 처음 계획 당시와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다시 추정해 전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신도시는 입주가 완료되고 성숙해도 상업·업무 수요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곳은 현재 입주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당장은 토지가 팔리지 않더라도 향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장래 수요가 예상되는 곳까지 지금의 미매각만을 이유로 주택용지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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