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과천 아파트 실거주 논란과 가족 금융자산의 직무 관련성부터 적극재정과 재정건전성의 조화, 성장·세제 정책 방향까지 폭넓은 검증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직 재경부 1차관에서 부총리 후보자로 직행한 이 후보자는 현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개인 신상 검증을 넘어 자신이 실무를 맡아온 경제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경제정책 수장이 된 뒤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갈지가 이번 청문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17년 보유하고 실거주는 4개월…과천 아파트 도마에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이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자녀 명의로 모두 31억 7593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부부 공동명의인 경기 과천시 부림동 아파트는 각각 6억 5950만원씩 모두 13억 1900만원으로 신고됐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이 아파트를 취득해 약 17년간 보유했지만 실제 거주 기간은 모두 합쳐 약 4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멸실된 상태라는 게 후보자 측 설명이다.
청문회에서는 아파트 취득·보유 과정과 장기간 실제 거주하지 않은 이유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을 강조해온 만큼 후보자의 주택 보유 이력과 정부 부동산 정책 사이의 정합성을 둘러싼 공방도 예상된다.
가족이 보유한 금융자산도 검증 대상이다. 이 후보자와 배우자, 장녀는 국내 반도체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약 4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재경부 1차관으로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지원 정책에 관여해온 만큼 야당을 중심으로 직무와 투자 상품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다만 ETF는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주식백지신탁 대상에서 제외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이에 따라 청문회에서는 상품 보유 자체의 위법성보다는 투자 경위와 직무 관련성, 재산 관리의 적절성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돈 풀되 나랏빚도 관리한다?…시험대 오른 '재정철학'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추석민생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을 방문해 물가를 점검하고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제공정책 검증의 핵심은 재정이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대외 불확실성과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려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가채무와 의무지출이 지나치게 늘면 재정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도 강조했다.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공급능력을 확충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성장과 재정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당시 재정·금융 지원에 대해서도 양면적인 평가를 내놨다. 가계소득과 소상공인 경영을 뒷받침하고 소비 위축과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측면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청문회에서는 재정을 얼마나 많이 쓸 것인가보다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쓸 것인가가 주요 정책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가채무와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재정 투자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 투입한 재정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어떻게 관리할지도 검증 대상이다.
이 후보자는 부총리로 취임할 경우 최우선 과제로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축소를 제시했다. 저출생·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성장과 재정의 구조적 부담으로 진단하면서 인공지능(AI) 전환을 새로운 경제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실거주 과세'부터 물가·금투세까지…현 정부 경제정책도 시험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기획재정부 제공부동산 세제는 후보자의 개인 신상과 정책 검증이 맞물리는 쟁점이다. 정부는 최근 실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공시가격 30억원 주택을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현행보다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후보자는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정착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되 국회의 합리적인 지적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7년 동안 보유한 과천 아파트의 실제 거주 기간이 약 4개월에 그친 만큼 자신의 주택 보유 이력과 정부가 추진하는 실거주 중심 세제 원칙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관심사다.
물가는 이 후보자가 1차관 시절 직접 대응해온 분야다. 정부는 중동발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고 이 후보자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제도 운영을 이끌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7월과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0.3%포인트와 0.5%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을 민생경제의 기본이자 양극화 해소의 출발점으로 규정하며 "물가는 물가 당국의 가장 큰 미션"이라고 강조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은 국제유가와 중동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제 분야에서는 금융투자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법인세 등이 검증 대상이다. 금투세는 시장 여건이 충분히 안정된 이후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속·증여세는 세 부담 완화 필요성과 과세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첨단산업과 미래성장동력을 뒷받침하는 세제 지원은 이어가되 효과가 낮은 비과세·감면은 정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청문회는 31억원대 재산과 과천 아파트를 둘러싼 개인 검증에 그치지 않는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실무 책임자였던 이 후보자가 이제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어떤 정책은 이어가고, 어떤 정책은 수정할 것인지를 처음으로 종합 검증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적극재정과 재정건전성, 성장 지원과 과세 형평성 사이에서 어디에 무게를 둘지가 이 후보자의 경제철학을 가늠할 핵심 잣대다. '실무자 이형일'이 관여해온 경제정책에 '부총리 이형일'이 어떤 성적표를 매기고 어떤 처방을 내놓을지가 이번 청문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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