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간판 바꾸고 몸집 키웠는데 장관 또 낙마…성평등부의 역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여가부→성평등부 확대·개편 1년…여성고용 등 기능 강화
김행·강선우 이어 용혜인까지 3년 새 세 번째 인선 실패
구글 피해자 정보 유출·역대 최대 예산 등 현안 산적
반복되는 '정치적 인선' 논란…"전문성부터 따져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성평등부가 3년 새 세 번째 장관 인선 무산을 맞았다.

구글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정보 유출 사태 대응이 이제 막 시작된 데다 역대 최대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까지 앞두고 있다. 지난해 확대·개편된 부처가 본격적으로 정책 역량을 보여줘야 할 시점에 리더십이 다시 흔들리게 됐다.

14일 성평등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용 후보자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지난달 30일 지명된 지 14일 만이다.

용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겸직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결단해달라는 뜻을 전달받았다며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국무위원의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년 새 세 번째 낙마…또 멈춰선 장관 인선

연합뉴스연합뉴스
성평등부 장관 인선은 최근 3년간 유독 부침이 심했다. 낙마한 후보자만 김행·강선우 후보자에 이어 용 후보자까지 세 명이다.

2023년 9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김현숙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의 후임으로 김행 후보자가 지명됐지만 '주식 파킹' 의혹 속에 자진 사퇴했다.

후임 인선이 무산되면서 사의를 밝힌 김현숙 장관이 계속 업무를 수행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졌고, 사표는 이듬해 2월에야 수리됐다.

이후 신영숙 차관의 장관 직무대행 체제가 약 1년 7개월 동안 이어졌다. 정권교체 이후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 6월 강선우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보좌진 갑질' 논란 끝에 인사청문회까지 거치고도 낙마했다.

길었던 수장 공백을 끝낸 것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원민경 장관이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0월 1일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되면서 초대 성평등부 장관이 됐다. 이후 1년간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임금공시제, 디지털성범죄 대응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원 장관의 뒤를 이을 후보자마저 낙마하면서 후임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구글 정보유출에 역대 최대 예산까지…현안은 쌓였는데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정보 유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글 디지털 성범죄 피해 정보 유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부처 앞에 놓인 현안이 어느 때보다 무겁다는 점이다. 당장 구글의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대응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5일 구글과 협업하는 해외 사이트에 불법 영상물 삭제를 요청한 피해자들의 이름과 연락처 등이 무단 공개된 사실이 확인됐다. 긴급 차단까지 사흘, 요청 내역 전체를 삭제하기까지는 13일이 걸렸다.

원 장관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성폭력처벌법 등 관계 법령 검토를 공식화했다.

성평등부는 2018년 이후 유출 이력 전체를 구글 측에 요청한 상태다. 정확한 유출 규모와 경위를 파악하고 법적 책임을 따지는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정기국회 일정도 기다리고 있다. 성평등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5.5% 늘어난 2조 119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성평등부로 확대·개편된 이후 처음으로 온전히 편성한 예산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는 이미 이임을 준비해온 원 장관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후임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떠날 준비를 하던 장관이 다시 부처를 이끄는 상황이 3년 만에 되풀이되는 셈이다.

후임 인선이 다시 장기화할 경우 확대·개편 이후 산적한 정책 과제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무는 커졌는데 인선은 세 번 실패…문제는 '전문성'

반복되는 인선 실패의 원인을 부처를 바라보는 인사권자의 인식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평등부는 성평등·청소년·가족 정책을 총괄·조정한다. 지난해 조직개편 과정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여성고용 관련 기능까지 넘겨받아 업무 영역이 한층 넓어졌다.

젠더 갈등을 비롯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현안을 다뤄야 하는 만큼 정책 전문성과 현장 경험뿐 아니라 갈등을 조정할 능력까지 요구되는 자리다.

하지만 용 후보자 지명 과정에서도 겸직 논란과 별개로 성평등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충분한지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다.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앞선 인선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 용 후보자가 지명될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난 행보와 맞물려 진보 진영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인선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결국 장관에게 요구되는 전문성과 부처 운영 구상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선 인선이 아니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젠더폭력과 권력형 성범죄 사건 등을 맡아온 서혜진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성평등부가 중요하지 않은 부처라는 인식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계속 실패하는 것은 인사권자들이 이 부처 업무의 특수성과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지 못하는 근본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인선의 조건으로는 '전문성'을 꼽았다. 서 변호사는 "성평등부로 개편되면서 업무 범위가 넓어진 만큼 업무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며 "정치 성향이나 이념 갈등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것을 능가할 만큼 전문성 있는 인사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동안 세 차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이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간판을 바꿨고 맡아야 할 역할도 더 커졌다. 반복되는 인선 실패를 끊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누구를 지명하느냐'에 앞서 '어떤 장관이 필요한 부처인가'부터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