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2기 개각'을 발표한 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이은 두 번째 낙마다. 악화하는 여론 속 임명이 강행될 경우 지지율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당 안팎의 우려,
인사 문제가 '청와대 책임론'으로 번지는 상황이 주는 압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설상가상 김 전 후보자의 추가 비위의혹을 알리는 투서도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원 낙마'에 화력을 집중해 온 야당은 연이은 낙마로 기세등등한 분위기다. 반면, 후보자를 엄호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했던 여당에서는 당혹감과 허탈함이 감지된다.
총력 방어했던 與 "안타깝지만 결단 존중"
김승원 전 후보자는 1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깊은 고민 끝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하루 전날 진행된 이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면서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말 송구하다"고도 했다.
특히 정부의 개혁 완수에 부담이 될 수 없다고 했는데, 자신의 장관직 수행이 '검찰개혁' 명분을 흔드는 빌미가 돼선 안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인 그는 보완수사 폐지에 찬성한 검찰개혁 강경론자다. 같은 맥락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공소취소 모임 대표 이력도 지명 초부터 논란거리였다. '김승원 법무부'는 곧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를 완성하기 위한 빌드업이라는 취지다. 개각 인사 중 김 전 후보자에 야권의 공세가 집중된 배경이다.
뜻밖의 화약고는 '신약 로비' 의혹이었다. 김 전 후보자가 초선 의원이었던 2021년 당시 브로커 양모씨 부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직접 신약 임상 청탁을 넣은 사실이, 세종메디칼 주가조작 의혹 등과 결부되며 파장이 커진 것. 이번에 드러난 과거 음주운전 전과 등도 부적격 여론을 키웠다.
그럼에도, 이같은 흠결들이 "낙마 사유는 아니라"는 게 민주당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앞서 "보면 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평한 김민석 대표는 물론,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인 서영교 의원 등이 방어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다. 민주당은 이미 사법부 판단(기소유예)이 내려진 사안을 '검찰 캐비넷 자료'로 다시 쟁점화하고 있다며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한목소리로 때렸다.
청문회 직후엔 '맹탕 검증' 비판에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강행했다.
여당이 주도하는 그림을 만들어, 대통령의 짐을 덜어주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회견 당일에도 임명을 주저한 이 대통령의 모습이 결과적으로 김 전 후보자의 결자해지를 이끌어낸 셈이 됐다.
'용사김생(龍死金生)'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김승원 지키기'에 사활을 건 민주당으로선 다소 당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서 의원을 포함한 의원들은 잇따라 "안타깝지만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한 의원을 겨냥, '정치검찰'의 조작기소 규명을 위한 검찰개혁은 계속될 거라는 다짐도 이어졌다.
일각선 추석 앞두고 내심 안도…'누가 총대 메겠나' 자조도
하지만 동시에, 추석을 앞두고 여론 악재를 일단 덜었다는 안도감도 읽힌다.
실제 민주당 안에서는 김 전 후보자 임명에 따른 민심 이반 우려가 상당 부분 있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회견에서 확고한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연임 개헌 및 공소취소 문제를 해명한 것만으로는 국면 전환이 어려울 거라는 판단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CBS에
국민 과반이 반대하는 인사는 철회하는 것이 회견 취지에 맞는 '실천'이 아니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김 전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사퇴로 일단락될지는 미지수다. 사퇴 이틀 전 김 전 후보자의 전직 보좌진들이 김 전 후보자의 성추행 무마 의혹, 추가 음주운전 및 청탁의혹 등이 담긴 탄원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김 전 후보자 측은 이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이 없고 (탄원서) 제출도 알지 못한다"며 "보도된 탄원서 소문도 사실과 다르다. 보도경위 등에 관한 사실관계 검토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일단 부인했다.
청와대 인선 실패를 겨냥한 비판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공소청 출범을 목전에 두고 법무장관 인선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대통령의 고심도 커지게 됐다.
율사 출신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선 '누가 선뜻 총대를 멜 수 있겠냐'는 자조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김 전 후보자가) 지지율 하락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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