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여수지역 네팔 수해지역 출신 이주민들이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대용 기자"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해 어렵게 버티고 있는데 최근 수해에 네팔에서 동생까지 실종되는 일이 겹치면서 너무 힘이 듭니다."
25일 전남광주 여수시의 한 인도음식점에 만난 람 쩌우더리 싯다(26)씨는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이곳에서 번 돈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왔던 만큼 당장 일자리를 포기하고 돌아갈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람씨는 지난 2023년 시작한 한국 생활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하면서도 수해피해에 막막할 가족들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람씨의 고향은 네팔과 중국 국경지대 마을 중 한곳으로, 남은 가족들은 네팔 정부가 마련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람씨는 "텐트 환경이 좋지 않아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비용도 문제인데다 올해 비자 체류기간을 연장해 회사를 떠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용허가제 E-9 비자로 입국해 기본 체류기간인 3년을 채운 뒤 기존 회사와 재고용을 통해 1년 10개월을 추가로 연장했다는 뜻이다.
람씨는 임금체불과 장시간 노동 지시 등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묵묵히 당할 수밖에 없다며 현 고용허가제의 맹점을 짚었다.
람씨는 "직장을 옮기기 위해 회사에 퇴사 허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오히려 한 달 동안 출근만 하지 못하게 했다"며 "결국 한 달 쉬다가 방법이 없어 기존 직장으로 다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전속을 전제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꿀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최근 전남광주 고흥에서 고용주로부터 소화기를 난사 당한 이주노동자들 역시 람씨처럼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피해 노동자들은 계약에 없는 고강도 업무에 동원돼 하루 평균 12시간이 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 왔다.
이주노동자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로막는 제도적 한계가 드러나면서 인권단체 등에서는 고용허가를 노동허가제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흥군의 한 어업인 고용주가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의 숙소에서 소화기를 난사하고 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같은 날 만난 네팔 수해지역 출신 결혼이민자 최효린(36·여)씨의 낯빛도 람씨와 비슷했다.
2009년 한국인과 결혼해 여수에 정착한 최씨는 이번 수해로 고향에 남은 친인척 50여 명이 실종됐다.
마을 전체가 송두리째 사라지면서 고향에 있는 부모님이라도 한국으로 모셔오고 싶은 게 최씨의 바람이지만 비자 문제로 여의치 않은 처지다.
최씨는 "한국인으로 잘 살고 있는데 네팔에 남아있는 부모님을 모셔오고 싶다는 말을 하면 주변에서 꺼려하는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며 "네팔 수해지역에 가족을 두고 있는 결혼이민자들을 대상으로 고향의 가족들을 한국에서 모실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씨는 끝으로 "다른 나라에서 자연재해로 어렵게 지내는 가족을 모셔오고 싶은, 같은 한국인의 바람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수에는 100여 명의 네팔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네팔 수해지역 출신은 8명으로 알려졌다.
여수시 가족센터를 포함한 지역 시민사회는 오는 28일까지 1500만 원을 목표로 네팔 수해피해 지역 출신 이주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여수시 가족센터 제공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