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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54억 프로 울린 '회사원 투수'…日 사회인 야구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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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발 히구치 신. 연합뉴스일본 선발 히구치 신. 연합뉴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거둔 금메달의 이면에는 일본 야구의 단단한 저변이라는 묵직한 과제가 남겨졌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야구장에서 치러진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을 3-1로 제압하며 아시안게임 5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이틀 전인 25일 슈퍼라운드 맞대결에서 0-5로 완패했던 충격은 야구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총연봉 54억 원에 달하는 화려한 프로 정예 멤버들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이 전원 회사원 신분의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돌풍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일본 제지업체 '오지'의 시설부 직원으로 일하는 좌완 투수 히구치 신이었다.

히구치를 비롯해 이번 일본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도요타자동차, ENEOS, 일본통운 등 유수의 기업에 적을 둔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다만 한국의 사회인 야구가 생업을 마친 주말에 모여 취미와 친목을 다지는 조우회 성격이 짙은 반면, 일본의 사회인 야구는 이와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7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요타자동차 야구팀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그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기업이 뛰어난 엘리트 선수들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하고, 시즌 중에는 주 5일 이상 훈련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전용 구장은 물론 최첨단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과 데이터 분석 전담 인력까지 갖추고 있어 신분만 회사원일 뿐, 실질적인 대우와 기량은 프로 선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국내에서는 사회인 야구를 프로 문턱을 넘지 못한 이들의 차선책으로 여기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프로 진출과 더 큰 도약을 위한 '꿈의 무대'로 통한다.

실점하는 한국. 연합뉴스실점하는 한국. 연합뉴스
이 같은 일본의 탄탄한 야구 저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뿌리에는 방과 후 활동인 '부카츠'와 학교 체육 시스템이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일본고등학교야구연맹 자료에 따르면 경식야구 가맹 고교만 3746곳에 이르며, 등록된 부원 수 역시 12만 명을 훌쩍 넘긴다.

고교를 졸업한 선수들은 대학이나 기업 팀, 지역 클럽 등 다양한 갈래로 진로를 찾아 나간다. 학교에서 싹튼 야구 역량이 성인 무대로 단절 없이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전국적인 축제인 '고시엔'을 거치며 단련된 10대 선수들의 치열한 승부 경력은 일본 야구의 내실을 다지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비록 한국이 결승전 승리를 통해 최종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드러난 일본의 경기력과 시스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2만 명에 달하는 고교 선수층을 발판 삼아 탄탄한 엘리트 저변과 성실한 사회인 야구로 이어지는 견고한 피라미드 구조, 이것이 바로 일본이 세계적인 야구 강국으로 군림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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