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BPA 제공정부가 4대 항만공사 통합안을 발표하기 전에 효과를 분석하지 않고, 관련 기관과도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항만공사 노조와 해당 지역 반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효과 분석 없이 통합부터 발표…"졸속 통합 우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발표된 4대 항만공사 통합과 관련해 소관 부처인 해수부에는 통합효과를 분석한 자료가 없었다.
통합을 두고 개최한 정부 간 공식 협의 회의도 3월 18일 세종에서 열린 '공공기관 기능개혁 작업반 회의'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은 항만공사 설립 취지와 각 항만 특성을 설명하고, 항만공사 특수성과 지역 우려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항만공사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관련 기관과의 협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 의원은 "해수부는 기능개혁 방향을 수시로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고, 출자기관에 대한 정식 협의와 소관 부서 효과 분석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국가 물류체계를 바꾸는 결정을 결론부터 정해놓고 근거와 동의를 뒤늦게 구하는 졸속 통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효율성을 높이겠다면 무엇이 중복이고 얼마를 아끼며, 지역 항만 투자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정부는 일방적인 통합 추진을 멈추고 협의 경과와 비용·편익 분석을 국회에 공개해야 한다. 항만공사와 출자기관, 노동조합,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공개 검증을 거쳐 항반별 전분성과 자율성을 살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 본관. 송호재 기자
이에 대해 해수부는 통합효과를 분석한 자료가 없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지역이나 학계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해수부 관계자는 "통합효과를 분석한 자료가 없는 건 맞지만, 항만공사 통합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 환경 변화와 기관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며 "개혁안은 항만공사 통합 기본방향을 우선 제시한 것이며, 향후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과 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지방분권에 역행" 노조 "명분도 실익도 없어"
이런 가운데 지역사회와 항만공사 노조 반발은 수그러들 기미 없이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과 부산경실련은 29일 부산시의회에서 공동으로 '부산항과 부산항만공사의 미래를 묻다'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항만공사 통합이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정책이자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 의원은 "항만공사는 이미 각 지역의 특수한 독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에 정부 지분을 넘겨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 결정은 분권 차원에서 지분을 지방에 이양하는 흐름에 역행하는, 중앙 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발제에 나선 부산연구원 장하용 도시·해양연구실 책임연구위원은 "지금의 항만공사 통합안은 단순 관리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칠 뿐, 기관의 본래 목적인 글로벌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풀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해양정책연합 박수현 운영위원은 "과거 2011년 해수부 연구용역에서도 항만공사 통합은 경쟁력 약화를 부른다는 결론이 나와 폐기됐다. 지금은 통합이 아니라 각 항만 고유의 전문성과 현장 대응력을 지키고, 지역과 항만이 상생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때"라고 주장했다.
부산경실련 조용언 공동대표도 "뉴욕·뉴저지, LA·롱비치 항만공사는 지자체가 관리권을 가지는 지방분권 체제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주식회사로 시장경영 원리를 도입했으며, 싱가포르는 다층의 분산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 사례의 핵심은 분권과 특화 운영"이라고 강조했다.
4개 항만공사 노조가 28일 청와대 인근에서 통합 중단을 촉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노조 제공4개 항만공사 노조는 통합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과 인천, 울산과 여수광양 항만공사 노조는 지난 28일 청와대 인근에서 공동투쟁 총궐기대회를 열고, "명분도 실익도 없는 항만공사 강제 통합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능과 역할이 서로 다른 4개 항만공사를 일률적인 통합 대상으로 포함한 이번 통합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며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 없이 선통합·후검증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고, 통합에 반대하는 지역사회와 항만업계·학계 등 현장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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