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방위사업청 산하 연구기관 직원이 이직을 목적으로 내부 비공개 자료를 유출했지만, 경징계 처분에 그친 사실이 확인됐다. 국방기술 연구기관 대상 보안·징계 규정의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기연, 내부 자료 유출 '솜방망이' 징계 논란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기연은 지난 2024년 연구원 A씨에 대해 근신 15일의 징계를 의결했다.
국기연은 2021년 설립된 방사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의 부설 연구기관이다. 우리 군이 필요로 하는 첨단 무기체계 관련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하며, 연구 용역을 산학연(산업계·학계·연구소)에 제공하기도 한다.
징계위원회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국기연의 비공개 자료가 포함된 11건의 문서를 출력해 보안성 검토를 실시하지 않은 채 국방 관련 다른 연구기관의 채용 담당자에게 제출했다.
해당 문서에는 '방산 중소기업 수출컨소시엄', '국제 무기거래 전망' 등 연구 용역 자료와 평가 점수 및 의견, 평가위원 명단 등이 포함됐다. 이들 대부분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에 따른 공정한 연구 등을 위해 비공개하는 자료였다.
일부 자료는 같은 법 2호에서 규정한 국가 안보와 관련한 사안도 있었다. 해당 법은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한다.
또 A씨는 근무지 복귀를 위해 출장을 신청한 뒤 당일 오전 취업 면접에 참석했으며, 오후 근무지로 돌아오지 않은 사유로 징계 조치됐다. 함께 출장을 간 이들은 개인 반차를 사용하거나 출장 종료 후 곧바로 국기연에 복귀했다.
고의성 인정했지만…"연구소 피해 없어" 경징계
|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징계 심의 회의록 중 일부 |
-정보보안실장 : 평가위원 명단이나 평가 점수, 평가 의견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비공개 업무 자료임이 명백합니다. 비공개 자료는 일반 군사 자료보다 더 보안이 필요한 사항입니다. -징계위원1 : 향후 재직 직원들의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규정대로 징계 처분을 내려야 합니다. 처벌 결과에 따라 추후 재직 직원들의 보안 관계 규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징계위원2 : 위반 사항이 경미하다고 판단되나, 규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 반출을 실행한 것은 중과실 또는 고의로 보여집니다. -징계위원장 : 목적을 가지고 자료를 반출한 것이므로 고의성은 인정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연구소에 피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이직 등을 위해 안일한 생각으로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해 중징계로 양정하는 것은 조금 과해 보여… |
징계위원들은 A씨 행위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징계 심의 회의록에 따르면 국기연 정보보안실장은 "비공개 업무 자료임이 명백하다. 일반 군사 자료보다 더 보안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안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징계위원장은 "연구소는 수시로 보안 교육과 평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징계위원도 "규정을 알고 있음에도 자료 반출을 실행한 것은 중과실 또는 고의로 보여진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논의에 따라 징계위원들은 A씨에게 '감봉'의 징계를 정했다. 징계 규정에 따라 중징계인 '정직'으로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A씨가 국기연에 피해를 준 것은 아니라며 중징계에 처하진 않았다.
정보보안실장은 "연구 실적 자료라고는 하지만 용역 위탁 관리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고 유출됐을 때 연구소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훈령에서는 해당 사례의 징계 기준을 경징계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징계위원은 "경미한 침해인 것 같다. 개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이직 사실이 알려지는 게 불안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징계위원장은 "행위의 의도가 연구소에 피해를 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단 개인의 이직 등을 위해 안일한 생각으로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해 중징계로 양정하는 것은 조금 과해 보인다"며 감경해 경징계인 '근신 15일'을 의결했다.
다만 일부 징계위원은 "향후 재직 직원들의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규정대로 징계 처분을 내려야 한다"며 "처벌 결과에 따라 재직 직원들의 보안 관계 규정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국기연, 보안 관리 중요…내부 통제 재정비해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제공이처럼 국기연 직원들이 보안 관련 사안으로 징계 대상에 오른 것은 출범 후 모두 8명이었다. 외장 하드디스크를 이용해 군 내부 사이버망인 국방망에 접속하고, PC 하드디스크에 비밀로 분류된 파일을 임의로 보관하거나, Ⅲ급 비밀 문건을 규정에 따라 이관하지 않고 파기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견책이나 불문경고 등 처분에 그쳤다. 국방 관련 핵심 기술에 관한 연구를 취급하는 연구기관인 만큼 내부 보안 및 징계 관련 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준호 의원은 "연간 1조 원대 예산을 받아 국방 연구와 사업을 다루는 기관 성격상 보안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며 "감사·징계 등 내부 통제 체계를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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