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30년 넘어 다시 출발선에 선 BIFF…"시민과 함께 경험하는 영화제로"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노컷뉴스를 선호 하는 출처로 추가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BIFF 다이어리①]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열흘간 부산을 영화로 물들인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느덧 폐막을 하루 앞두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경쟁 부문의 내실화와 지역 관객과의 접점 강화, 급변하는 콘텐츠 환경에 대한 대응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변화의 기로에 선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부산CBS는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라디오 특집 프로그램 <BIFF 다이어리>를 통해 올해 영화제의 변화와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방송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기사로 연재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박가언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다. 단기 스태프로 영화제에 발을 들인 그는 팀장과 실장, 프로그래머를 거쳐 올해 부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작품과 게스트를 중심으로 바라보던 프로그래머 시절과 달리, 이제는 조직 전체를 살펴야 하는 위치에 섰다. 30년을 넘긴 부산국제영화제의 과제와 미래를 그에게 물었다.

스태프에서 부집행위원장까지…"영화제 보는 눈 달라져"

◇ PD
먼저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부집행위원장을 맡은 소감이 궁금하다.

◆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단기 스태프로 시작해 팀장, 실장을 거쳐 프로그래머가 됐다. 프로그래머가 됐을 때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을 경험했다. 스태프나 팀장으로 일할 때는 프로그래머들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막상 프로그래머가 되고 나니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그래머를 오래 하다 보면 내가 선정하는 작품과 초청하는 게스트가 가장 중요해진다. 프로그램 안에서는 그것이 당연하지만, 영화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덜 보게 된다.

부집행위원장이 된 뒤에는 각 팀과 사업의 결정이 다른 부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영화제를 잘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같지만, 접근하는 방식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그것을 잘 조율하는 것이 지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 업무도 함께 하고 있어 양가적인 감정도 든다. 운영에 미칠 영향을 너무 잘 알다 보니 프로그래머로서는 오히려 망설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영화제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방향에 조직 전체가 동의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했다.

한국 영화와 함께 변한 31년…K콘텐츠 성장도 BIFF의 기회

◇ PD
오랫동안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을 텐데, 지난 31년간의 변화를 정리해 본다면?

◆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의 역사는 한국 영화의 역사와 상당 부분 함께 흘러왔다고 생각한다.
영화제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영화 심의도 있었다. 이후 일본 대중문화 개방, 멀티플렉스의 확산, 정치·사회적 변화까지 한국 영화계를 둘러싼 변화가 영화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시기에는 OTT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관객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할 것인가는 부산국제영화제뿐 아니라 세계 영화제가 함께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부산국제영화제 입장에서 큰 기회 중 하나는 한국 영화와 한국 콘텐츠, 나아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2009년 영화제에 들어와 처음 해외 출장을 다닐 때만 해도 외국에서 한국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낯설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해외에서도 특정 한국 감독이나 배우, 작품을 고유명사로 바로 이야기한다. 이런 관심은 부산국제영화제에도 호재다. '부산영화제에 가면 그 감독이나 배우를 만날 수 있느냐'라는 관심으로 이어지고, 영화산업 관계자들에게는 한국 업계인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수요로 연결된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단순히 하나의 영화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산업, 한국 콘텐츠 산업, 또 부산의 관광산업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 설유정PD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 설유정PD

'부산 시민들에게 자랑스러운 영화제 되길'…지역 관객 더 발굴하고파

◇ PD
최근 영화제가 관객 친화적인 방향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도 있다.

◆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부 국제영화제는 산업 관계자를 중심으로 운영돼 일반 관객이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는 처음부터 관객을 중심에 둔 영화제였다. 물론 최근 지역사회와 영화제의 접점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스태프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영화제에 와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티켓팅이 너무 어려워 포기했다", "애초에 시도할 엄두를 못 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과연 이것이 좋은 상황인가 생각하게 된다.

부산 시민들은 영화제를 지원하는 세금을 내는 주체다. 그래서 영화제가 자신들과 무관한 행사가 아니라, 직접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행사라는 인상을 드려야 한다. 시민들이 '언제든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볼 수 있다', '티켓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있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주요 영화제들도 지역 주민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노력한다. 베를린영화제는 영화제가 열리는 중심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의 극장에서도 작품을 상영하고, 칸영화제 역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티켓을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영화제가 시민의 삶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

30년 만에 도입한 경쟁 부문…"이제는 프리미어를 가져올 때"

◇ PD
지난해 신설된 경쟁 부문에 올해는 13편이 선정됐다. 경쟁 부문만의 작품 선정 기준 및 방향성은 무엇인가.

◆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경쟁 부문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는 결국 '프리미어', 즉 최초 공개에 있다. 이미 다른 영화제에서 공개되고 평가까지 받은 작품을 가져와 다시 경쟁시키는 것은 의미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래서 신생 영화제들은 비경쟁 부문으로 출발하거나 프리미어 조건을 낮춘다. 신인 감독처럼 특정 범주에서 경쟁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부산국제영화제도 지난 30년간 '뉴 커런츠'를 통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을 만든 신인 감독들을 대상으로 부분적인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뉴 커런츠를 거쳐간 감독들 중 중견 감독이나 세계적인 거장이 된 사람도 많다.

영화제가 30년쯤 됐다면 이들의 신작 역시 부산에서 프리미어로 선보이는 것을 시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경쟁 부문을 열었었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김혜민 기자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김혜민 기자
◇ PD
경쟁 부문을 아시아 영화 중심으로 구성한 이유도 있나.

◆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아시아 영화들은 칸이나 베니스 같은 유럽의 주요 영화제에서 경쟁하고 있다. 물론 굉장히 좋은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영화제의 관객과 심사위원 다수는 비아시아권 사람들이다. 그곳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아시아 영화가 과연 아시아인의 시선에서도 항상 가장 훌륭한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이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여전히 아시아 영화에 힘을 싣는 영화제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만큼, 우선 아시아 감독과 작품에 집중했다.

국가별 안배를 기계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시아 안에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처럼 서로 전혀 다른 문화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양한 문화권이 보일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찾는다. 신인 감독이라고 배제하지도 않는다. 작품이 좋다면 감독의 경력과 관계없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영화의 힘은 함께 경험하는 것"

◇ PD
부집행위원장이 생각하는 영화의 힘은 무엇인가.

◆ 박가언 부집행위원장
뤼미에르 형제를 흔히 영화의 발명가라고 부르지만, 당시에도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은 존재했다.
그럼에도 뤼미에르 형제가 영화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유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같은 화면을 함께 봤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극장의 형태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여 영상을 보고, 화면 속 기차가 다가오는 장면에 함께 놀라는 경험을 하지 않았나.

그런데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혼자 콘텐츠를 보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각자의 방에서 영상을 보고, 알고리즘은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런 시대에 왜 굳이 영화를 봐야 할지 생각해봤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 그런데 영상은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삶과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만들어준다. 그것은 20초, 30초짜리 쇼츠나 하이라이트만으로 모두 대체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정한 제약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중간에 나가지 않는 이상 낯선 사람들과 같은 화면을 계속 바라봐야 한다. 그 순간 관객들은 일종의 운명공동체가 된다. 영화가 앞으로도 존재하려면 이런 '함께 경험하는 힘'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의 세대가 바뀌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계속 달라지는 상황에서, 영화제 역시 새로운 관객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처음 영화제를 찾은 관객이 야외무대를 보고, OTT 개봉 예정작을 먼저 접하고, 이후 극장 개봉작까지 찾아보게 될 수 있다.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같은 것을 '함께 경험한다'는 데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영문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여러분의 제보가 CBS노컷뉴스의 시작입니다. 끝까지 취재하겠습니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