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만지기라도"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기약 없는 시신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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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나흘 만에 179명 희생자 신원 모두 확인
참사 닷새째지만 시신 인도 하세월
유족들 당국 설명 듣다 오열…참아왔던 슬픔 터져

제주항공 참사 브리핑 현장인 무안국제공항 2층 출국장 앞에 유족들이 당국의 발표를 듣고 있다. 최창민 기자제주항공 참사 브리핑 현장인 무안국제공항 2층 출국장 앞에 유족들이 당국의 발표를 듣고 있다. 최창민 기자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참사 발생 닷새째를 맞은 가운데 희생자 유가족들이 정부 관계자의 발표만 바라보다 기약 없는 시신 인도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한 유족 오열…장내 모두가 깊은 슬픔

 "트라우마든 뭐든 상관없으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누나 손가락이라도 한 번만 보고 싶습니다."
 
2025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정부 당국이 마련한 무안국제공항 2층 합동 브리핑장에서 한 희생자 유족이 마이크를 잡고 오열하자 장내에 있던 유족들이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한 유족은 "형과 아버지만 누나 얼굴을 봤다. 나도 그냥 (시신이 온전하지 않더라도) 손가락이라도 보고 싶다"며 "진짜 힘드시겠지만 나라에서 많이 좀 지원 좀 해주시라"고 오열했다.
 
이를 듣고 있던 다른 유족들은 곡소리를 냈고 이를 지켜보던 자원봉사자, 취재진까지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수습당국은 "속 타는 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희생자 주검 확인이 가장 우선"이라면서도 "(이미 희생자를 만난 유가족이) 한 번 더 가족을 보는 문제는 유가족 대표단하고 상의하겠다"고 답변했다.
 

나흘 만에 "신원 확인 완료"…시신 인도는 언제쯤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착륙 후 폭발한 현장에서는 참사 발생 사흘째였던 전날에도 1개의 시신 조각이 추가로 수습됐다.
 
이미 600여 조각으로 수습된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례로 넘겨지고 있는데 그 결과를 순차적으로 받아본 뒤에야 가능한 온전하게 시신을 인도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또 다른 한 유족은 "저는 가족 셋을 잃은 가장이다. 어제 아침에 말씀하셨을 때 27분에 대해서 DNA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면서 "어젯밤 기다렸는데 또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한영 기자
국과수 유전자 판독기를 통해 참사 나흘째인 지난 1일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의 신원은 모두 확인된 상태다.
 
하지만 아직 600여 개의 주검 부분에 대한 DNA 감식이 진행 중인데 그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야 비로소 온전한 시신 인도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이미 확인된 시신만으로 인도받지 못하고 있다. 한 유족은 "나머지 조각은 포기할테니 그냥 인도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습당국은 "여기 있는 모든 유족이 남은 조각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모를까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기하는 게 가능하지 않다"며 양해를 구했다.
 
전날 저녁 기준 20구의 시신이 유족에게 인도됐다. 하지만 참사 발생 닷새가 지난 지금까지도 대다수 희생자는 유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추모객으로 둘러쌓인 공항…이 와중에 악플이라니

유족들은 새해를 맞아 1일 오전 11시 사고 발생 장소인 활주로 인접 현장에서 떡국과 과일을 놓고 간단한 새해 차례상을 차렸다.
 
이어 주검이 임시 안치되어 있는 냉동 컨테이너 등을 직접 방문했다.
 
참사 현장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유가족들은 저마다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눈물바다를 이뤘다.
 
무안공항에 늘어선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 대기줄. 연합뉴스무안공항에 늘어선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 대기줄. 연합뉴스
새해 첫날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의 조문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장사진을 이뤘다. 커다란 공항 건물 밖까지 조문객의 긴 행렬이 800m 넘게 이어졌고 끝단에서 조문까지 2시간 넘게 소요됐다.
 
무안군과 전라남도는 긴급 재난안전문자를 보내 "무안국제공항 분향소에 많은 추모객이 몰려 혼잡하다"며 "일반 조문객은 무안종합스포츠파크 합동분향소를 방문해달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도 새해 첫날을 무안에서 보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당 소속 의원들은 1일 오후 무안공항을 찾아 유족을 위로했다. 전날 공항을 찾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도 이날 광주 5·18민주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은데 이어 참사 현장을 둘러봤다.
 
이런 와중에 유족들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유포되는 근거 없는 허위 사실과 조롱, 비하 게시글로 고통을 받고 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온라인 커뮤티니 등을 통해 터무니없이 유포되고 있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에 대한 모욕 게시글 3건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또 희생자와 유족을 비하하거나 음해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게시글과 댓글 등 107건을 삭제·차단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해당 게시글들을 확인하는 즉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입에 담기 어려운 글들이 올라오고 있어 조치를 취했다"며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희생자와 유족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게시글에 대해 엄정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가족협의회 대표단도 "SNS 등에서 장례를 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악성 루머와 비방이 떠돌고 있다"며 "강력히 대처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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