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압수수색 중 이동하는 특검팀. 연합뉴스김건희씨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이 '1호 사건'으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면서 처음 소환한 인물은 이응근 전 삼부토건 대표이사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주가조작의 일환으로 의심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조성옥 전 회장 측에 실시간 보고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를 지난 4일 불러 10시간 가량 고강도 조사를 진행했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이첩받은 자료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이 전 대표가 조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해 실시간 보고하고, 보도자료 배포 등을 협의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팀은 최근 2023년 5월 열린 폴란드 포럼에 이 전 대표와 함께 참석했던 직원 A씨로부터 "이 전 대표가 조 전 회장에게 출장 관련 내용을 유선으로 보고했다"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보도자료 배포에 대해서도 협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대표가 폴란드 포럼에 참석해 실시간으로 조 전 회장에게 우크라이나 사업에 대한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보도자료 배포까지도 논의했다는 것이다.
폴란드 포럼은 삼부토건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기점으로 지목된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참석해 우리나라 기업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는데, 이 전 대표 역시 이 자리에 참석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대화방에 '삼부 내일 체크'란 메시지를 남긴 지 약 일주일 후 개최된 폴란드 포럼을 기점으로 1500원 안팎이었던 주가는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상승했다.
특검팀은 또 이 전 대표가 폴란드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지방정부 및 기업들과 체결한 다수의 MOU(양해각서)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홍보한 보도자료 등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삼부토건의 MOU는 다른 기업들의 MOU에 비해 내용이 추상적인 데다 심지어 재건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데도, 마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것처럼 속여 보도자료를 배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특검은 우크라이나 사업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의심하고, 그 배후에 조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지난 4일 이 전 대표를 상대로 10시간 가량 조사하면서 이같은 해외 사업의 배경과 실체, 조 전 회장 측과의 관계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삼부토건 외에도 조 전 회장이 실제 지배하고 있는 주식회사 창원도시개발의 대표도 맡고 있다. 그만큼 조 전 회장의 최측근이란 얘기다. 삼부토건 안팎에서는 조 전 회장과 이 전 대표가 오래 전부터 인연을 유지했으며, 이 전 대표가 조 전 회장의 지시 등을 수행하는 일을 해왔다고 한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추정되는 부당이득 약 660억원 중 일부가 이 전 대표 측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 전 회장의 소환 조사도 준비중이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3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테마주로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했고, 그 과정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다. 실제 그해 5월 초 1천원대였던 삼부토건 주가는 약 2개월 만에 5천원대로 급등했다. 그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폴란드 포럼 참석 등이 주가상승의 호재로 작용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는 물론 원 전 장관 등 주요 피의자들에 대해 출국금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