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대통령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까지 공개하며 관세 25%를 내세운 미국에 대해 통상과 투자, 구매, 안보 등을 포함한 '패키지'딜을 역제안했다.
협상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한미 정상회담은 '조속한 성사'에 대한 양측의 공감만 이뤄졌을 뿐, 좀처럼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위성락 "美에 패키지 협의 제안"…공감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
미국에서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미 결과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9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대통령실 브리핑을 열었다.
위 실장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협의에서 △한국의 신정부 출범 후 짧은 기간임에도 현안 협의에 노력한 만큼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 △통상·투자·구매·안보 전반을 망라한 패키지 감안해 협의 △조속한 한미정상회담을 통한 상호호혜적 합의 등 3가지 사항을 중점적으로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관세·비관세 장벽을 중심으로 작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그동안 제기한 사안들은 통상이나 투자, 구매 또 안보 관련 전반에 걸쳐 망라가 돼 있기 때문에 이러한 패키지를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앞으로 협의를 진전시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이 일종의 패키지딜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은 관세를 주요 현안으로 삼아 우선 처리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게 공을 다시 돌려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 상호관세율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한국을 향해서는 25% 부과를 요구했다. 이는 지난 4월 미국이 발표한 25%와 같은 수치지만, 현행 10%보다는 15%p 높은 수준이다.
위 실장은 정부의 구체적 목표를 묻는 질문에 "협상 중인 입장이기에 공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좋으냐는 의문을 야기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가능할지 굉장히 불확실한 영역에 있다"며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세를 없게 하는 것이고, 타협을 한다면 (관세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패키지 제안과 관련해서는 "관세·비관세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동맹 관계 전체 모양의 한 부분"이라며 "무역, 투자, 미국산 물품 구매를 포함해 안보까지 포괄하는 전체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관세협상을) 타결한다면 이 전체를 시야에 두고 묶어서 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패키지 수용과 함께 관세 요구수준을 기존보다 낮출지 여부는 미지수다.
위 실장은 자신의 패키지 협의 진전 제안에 "루비오 국무장관이 공감을 표시했다"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관세협상 시한을 앞두고 일률적으로 발송된 것일 뿐이기에 양국이 합의를 위해 긴밀한 소통을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의도를 다 알기 어렵다. 관세 협상을 하는 쪽 사람들은 자기가 맡고 있는 이슈에 국한해 보는 것 같다"며 패키지 제안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닌 사람들도 있다. 협의를 해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안개속인 한미정상회담…9월 이후 가능성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교착 상태인 관세협상을 비롯, 한미 양국 간 주요 현안의 합의를 이끌어 낼 '키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됐던 한미정상회담은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위 실장은 루비오 장관이 조속한 시일 내의 한미정상회담 제안에 "공감을 표했다"고 말했지만, 진척 사안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일자까지는 (논의가) 가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주요 현안 관련 협의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 한미정상회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며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관세, 안보에 대한 협의 등이 정상회담에서 모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또 정상회담이 있느냐 없느냐가 모든 것에 다 관건은 아니다"라며 "협상은 협상대로 진행하고 그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여러 채널의 협의를 잘 마무리 지어서 정상회담으로 가져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관세협상 시한인 오는 8월 1일 이전에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급적 조속히 하자는데 공감대는 있지만 '8월 1일 이전이다', '이후다' 이렇게 단정하고 있지는 않다. 진행되는 것에 따라서 조정하려고 한다"고 말해, 한미정상회담이 관세협상 국면 이후에 성사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당초 7월 성사 가능성이 제기됐던 한미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휴가가 예정된 8월을 지나, 다자회담인 9월 유엔총회 또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10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