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릉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제한 급수에 대한 공고문이 붙어 있다. 전영래 기자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 일주일도 넘은 가운데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가 갈수록 바닥을 드러내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6일부터는 공동주택 113개소, 대형숙박시설 10개소 등 총 123개소의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홍제정수장에서 공급되는 수도 밸도 잠긴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강릉지역 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9%로 전날 13.2% 보다 0.3%p 떨어졌다. 이는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최근 6개월 강수량은 376.6mm로 평년 대비 41.8% 불과한 상황이다.
오는 7일까지 강원 내륙과 산지에는 20~60mm(많은 곳은 80mm 이상)의 다소 강한 비 소식이 있지만, 야속하게도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은 또 빗겨갈 전망이다.
강릉 오봉저수지에 물을 뿌리고 있는 헬기. 연합뉴스이에 관계당국은 오봉저수지 고갈을 막기 위해 차량 운반급수와 관로 급수를 비롯해 해경 경비함정과 헬기까지 투입하는 등 육·해·공이 합동으로 '급수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날 담수 용량 8천ℓ의 S-64 2대, 3천ℓ의 카모프 2대, 지휘헬기 등 5대의 산불 진화 헬기와 국방부 시누크 헬기 5대 등 모두 10대가 투입돼 1600톤 가량의 물을 공급했다.
육상에서는 군 차량 400대와 소방차량 81대, 민간 살수차 31개 등 530여 대가 투입돼 1만 4천 톤 가량의 정수와 원수를 홍제정수장과 오봉저수지에 채웠다. 이와 함께 남대천 용수개발과 보조수원 등을 합치면 전날에만 모두 3만 톤 가량의 수원을 확보했으며 이날 역시 비슷한 양의 급수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도 '독도지킴이'로 알려진 삼봉호(5001함)를 동원해 소방차 50여 대 분량 약 600톤의 생활용수를 지원하며 가뭄 장기화로 인한 시민 불편 해소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9부터는 공동주택 113개소, 대형숙박시설 10개소 등 100톤 이상 저수조를 갖춘 123개소의 대수용가를 대상으로 상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공동주택 113개소의 총 세대수는 4만 5천여 세대로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세대수 9만 1750세대 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 5일 오후 강릉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생수를 받아가고 있다. 전영래 기자그동안 수도계량기 75%까지 잠금하는 조치를 권고했지만, 대수용가에서 기대했던 만큼 절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이 같은 조치를 결정했다고 시는 밝혔다. 다만 저수조에 물이 고갈되면 운반급수 등을 통해 물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먹는 물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시민들에게 생수를 배부하고 있다. 시민 1인 당 받을 수 있는 생수는 하루 2ℓ씩 6일을 사용할 수 있는 12ℓ다. 당초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에 도달하면 전 시민에 배부할 계획이었지, 시민 불편사항을 감안해 배부 시기를 앞당겼다.
추후 오봉저수지 저수율 10% 선이 무너지면 곧바로 시간제 급수에 돌입하고 상황에 따라 격일제 급수까지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급수가 제한되는 시간은 밤 10시~오전 5시며 격일제 급수는 향후 저수율에 추이에 따라 적용하기로 했다.
김홍규 시장은 "시민 여러분께서 불편한 일상을 감내해 주시는 동안, 시는 모든 수단과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릉시 공직자 모두는 가뭄이 해소되는 그날까지 시민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하면서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내겠다"고 말했다.
강릉 가뭄 현장점검에 나선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5일 오후 강릉시 교동의 한 주택을 찾아 제한급수 등 가뭄 상황을 살폈다. 전영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