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이들이라도 불편 없게" 강릉 돌봄시설 '물 나눔'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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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오전·오후 한 차례씩 수돗물 공급
어린이집, 퇴근 미루고 욕조·양동이 물 가득
지역사회 곳곳서 너도나도 생수 지원 손길

어린이집 한 원생이 접이식 물주머니에 보관된 물로 손을 씻고 있다.  임성민 기자어린이집 한 원생이 접이식 물주머니에 보관된 물로 손을 씻고 있다. 임성민 기자
강원 강릉 지역에 전례 없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모든 지역사회가 물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에는 어린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하지 않도록 물 나눔이 한창이다.
 
제한 급수가 시행 중인 11일 찾은 강릉 한 아파트 내 어린이집.
 
오전 8시 전후로 하나둘 씩 어린이집에 들어선 아이들은 쉴 틈 없이 화장실을 오갔다.
 
그러면서도 물을 틀기 위해 수전을 들어 올리지는 않았다. 이제는 익숙한 듯 욕조와 양동이에 받아 놓은 물을 사용했다.
 
이 물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전날 저녁 채워 놓은 물이다. 제한 급수로 매일 아침과 저녁 한 차례씩 수돗물이 나오다 보니 교사들은 퇴근 전 욕조와 양동이에 물을 가득 받고서야 겨우 퇴근한다.
 
욕조에 가득 담긴 물. 임성민 기자욕조에 가득 담긴 물. 임성민 기자
안다겸 원장(57)은 "이번 주부터 물이 나오지 않다 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물을 미리 받아 놓고 있다"며 "물을 아끼기 위해 조리 전 식재료를 집에서 씻어 와 사용하는 등 절수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받아 놓은 물은 아이들이 오전에 아이들이 씻거나 배변 처리를 하는데 사용됐다.
 
물이 부족할 때쯤 아이들을 위한 물 나눔의 손길이 시작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2ℓ짜리 생수를 가득 실은 흰색 탑차가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다.
 
지역 체육센터에서 지원하는 물이었다.
 
지역 체육센터에서 나눠준 생수가 어린이집 현관에 쌓여있다. 임성민 기자지역 체육센터에서 나눠준 생수가 어린이집 현관에 쌓여있다. 임성민 기자
생수를 어린이집까지 나르는 일에는 센터 관계자와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까지 모두 나섰다.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이들은 분주하게 손을 놀렸다.
 
학부모 이도윤(41)씨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왔다"며 "아이들이 마실 물이라고 생각하니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돌봄 시설에 대한 물 나눔은 지역사회 전반에 자리매김했다.
 
학부모와 아파트 이웃, 심지어 타 지역 시민들까지 자신의 생수를 아껴 어린이집에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안 원장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시는 익명의 시민분들과 여러 도움의 손길에 감사함을 느낀다"며 "이런 분들이 있기에 아이들과 함께 가뭄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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