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12일 오후 3시 50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B게이트엔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안내를 받아 나오는 모습이 게이트 유리문 너머로 보이면서다. 마침내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출입 통제 라인 밖에 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수고 많으셨다"고 격려를 보냈다. 나오는 이들도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소 수척한 모습들이었지만, 후련하다는 듯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한 남성은 "돌아왔다", "자유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기도 했다.
이날 고국땅을 밟은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일하다 현지 이민 당국에 체포돼 일주일간 구금됐던 노동자들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갑작스러운 단속이 있었고, 11일 석방된 후 곧장 하츠필드-잭스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전세기로 약 15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내렸다. 입국한 사람들은 한국인 316명을 포함해 중국인 10명, 일본인 3명, 인도네시아 1명까지 총 330명이다. 귀국자 중엔 임산부 1명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산모아 태아를 포함해 이날 귀국한 이들 대부분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한다.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LG앤솔 직원 조용휘 씨(81년생)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주차장에서 가족과 만나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첫 번째 무리에 이어 다른 노동자들도 한 무리씩 줄지어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대부분 가벼운 짐만 소지한 모습이었다. 불시에 구금됐다가 석방된 직후 현지에 짐을 그대로 두고 비행기에 올라야 했기 때문이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목소리는 힘찼다. 소감과 건강 상태 등을 묻는 취재진을 향해 "너무 기쁘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아주 건강하다" 등 힘 있는 목소리로 답을 주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이들이 탄 버스는 공항 내 장기주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발을 동동구르며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돌아온 가족을 향해 일제히 함성과 박수가 나왔다. "고생했다"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곳곳에선 오열도 터져 나왔다. 한 노동자의 모친은 돌아온 아들을 붙잡고 "내가 못 살아. 못 돌아오는 줄 알았잖아"라며 통곡했다. 곳곳에서 귀국 노동자들이 "괜찮다", "건강하다"며 도리어 가족들을 달랬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서 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노동자들은 7일간의 구금 생활에 대해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했다. 한 50대 직원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에 "아주 불편했다. 일절 아무것도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며 "호송될 때는 발에서부터 허리까지 수갑을 다 채워서 죄인처럼 끌려갔고, 시설 안에선 죄수복을 입고 생활했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 직원은 "식사가 맞지 않았던 걸 공통되게 많이 느꼈던 것 같고, 조사를 받을 때마다 50~60명 정도 되는 인원이 한꺼번에 방을 옮겨 다니기도 했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수감 생활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협력사 직원도 "안에서의 생활은 그리 좋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통제가 많았고, 식사도 입맛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다가 석방된 한국인 근로자들이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풀려난 한국인들은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지 8일 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됐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가족과 재회한 이들은 회사 측이 제공한 차량을 타고 귀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귀국한 노동자들에게 장기가 휴가를 부여하는 등 충분한 휴식과 회복 등의 관리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입국 현장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나와 귀국 노동자들을 맞이했다. 강 비서실장은 "미국과의 업무는 끝났다고 생각할 때가 새로운 시작"이라며 "트럼프가 언급한 새로운 비자를 만드는 방안을 포함해 미국 비자 발급 체류자격 시스템 개선을 향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