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름 새겨진 '부끄러운' 국가유공자증서, 후손들 '차라리 버리겠다'[노컷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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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독립운동가 후손, 유공증서에 '윤석열' 이름 창피 "빼달라"
보훈처 "법령상 대통령 성명 삭제 재발급 불가"


국가가 수여하는 유공자증서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버텨낸 개인과 가족에게 주어지는 명예의 증표이자 치유의 상징이다. 특히 항일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까지 세대를 이어가며 싸운 집안이라면, 그 의미는 더없이 크다.

국가유공자증서 재발급을 요청하는 고 허창두 선생의 아들 허경민씨국가유공자증서 재발급을 요청하는 고 허창두 선생의 아들 허경민씨
그 증서에 한국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탄핵까지 당한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면, 자랑은 곧 모욕이 된다. 독립운동가 故 허창두 선생의 아들, 허경민 씨가 직면한 현실이다. 허경민 씨는 "국가유공자증서를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럽다며, 갖다 버리고 싶다"고 호소한다. 증서에 적힌 이름 석자, '윤석열' 때문이다.


유튜브 '노컷' 캡처유튜브 '노컷' 캡처
허창두 선생은 1928년 광주학생운동을 이끌며 항일 민족해방운동의 최전선에 섰다. 이후 투옥될 위기에 처하자 일본으로 망명했고,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은 그의 두 아들에게까지 이어졌다. 아들 허경민 씨는 학생운동으로 안기부에 투옥됐고, 그의 형 허경조 역시 1975년 '학원 간첩단 사건'으로 끌려갔다. 허창두 선생은 두 아들의 석방운동을 이어가다 일본에서 눈을 감았다.

군부 독재가 끝날 때까지 허경민씨는 아버지의 명예를 제대로 되찾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에야 허경민 씨가 앞장서 아버지의 공적을 알렸고, 46년 만인 2022년에서야 국가유공자증서가 수여됐다. 후손들은 일본 묘소에 증서를 모시며 "아버님, 드디어 해냈습니다"라고 외쳤다. 눈물 섞인 감격의 순간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한 국가유공자증서. 유튜브 '노컷' 캡처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한 국가유공자증서. 유튜브 '노컷' 캡처
기쁨은 짧았다.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2025년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증서에 새겨진 대통령 이름은 '영예'가 아닌 '굴욕'이 되었다. 허경민 씨는 "창피해서 남에게 보여주기도 싫다. 국가에서 인정받은 건 자랑스럽지만, 윤석열 이름이 적힌 증서를 간직하는 건 모욕"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민주주의를 억눌렀던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 국가유공자증서에 병기되는 현실을 참을 수 없었던 허경민씨는 윤석열 대통령 이름을 빼거나 '대한민국 대통령' 명의로만 새겨진 증서를 재발급해달라고 보훈처에 요청했다. 답변은 '불가'였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대통령 성명 기재가 의무이기 때문이었다. 보훈처의 "제도 개선 계획 없음"이라는 답변은 허경민 씨 마음에 또 한 번 깊은 상처로 남았다.


CBS가 국가보훈부로부터 받은 답변CBS가 국가보훈부로부터 받은 답변
결국 허 씨 가족에게 증서는 명예가 아니라 민주주의 정신을 다시 짓밟는 멍에가 됐다. 허경민 씨는 "아버님의 공로를 인정해 주신건 감사하지만, 윤석열 이름이 새겨진 증서를 간직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이름으로만 새겨진 증서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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