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합의 쉽지 않다더니 어떻게…관세 타결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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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직전까지 버틴 한국 측 협상팀의 '뚝심' 평가

트럼프 "굉장히 터프한 협상가"라며 韓협상단 높이 평가
당초 美측 '전액 현금', '선불' 등 제시했지만 최종은 분할투자
李대통령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이라며 긍정전망 아꼈지만
年한도 200억 달러, 분할투자 등은 모두 韓측 요구 수용
美측 요구에도 국익 강조한 '뚝심'이 이뤄냈다는 평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여기 계신 분들을 제가 잘 압니다. 굉장히 터프한 협상가들이었습니다".
 
29일 경주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마디는 '터프'(tough. 엄한, 냉정한)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자신이 직접 여러 차례 언급했던 전액 현금, 선불 중 어느 것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협상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표현은 한국 협상단이 국익에 불리하지 않은 합의를 하겠다며 미국 측의 요구에 끝까지 동의하지 않은 데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당초에는 투자금 중 현금의 비중, 조달 방식, 이익 배분 방식 등을 두고 양국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번 정상회담 성사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틀 전인 지난 27일 보도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액, 시간표,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할지 등 모든 것이 여전히 쟁점"이라며 협상이 교착 상태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같은 날 "협상이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굿즈 전시품을 관람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 같은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까지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최초 전액 현금 직접 투자 방식을 제안했으나 한국은 현금 투자 비중을 5% 안팎으로 고려하는 등 격차가 컸다.
 
미국 측은 이후에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현금 투자액 비중을 제시했는데, 한국 측은 그 때마다 난색을 표했다.
 
대신 한국 측은 연간 사용 가능한 외환보유액이 20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해 연간 10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10년에 걸쳐 투자하는, 이른바 '분할 투자' 방식을 제시했는데, 이 제안이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기간은 단축시키고, 반면 현금 투자액은 늘리려는 미국 측은 금액은 연간 250억 달러, 기간은 8년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한국은 연간 현금투자액이 늘어난 만큼 연간 상한액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자고 제시했고, 대신 원리금 상환 전의 수익 배분 비율은 기존 9대 1에서 5대 5로 한걸음 물러나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미국 측에서는 답을 하지 않았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회담 전날까지도 합의 여부가 불투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30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그제 밤만 해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어제 점심쯤 연간 한도 같은 문제가 합의가 된 것"이라고 극적 반전이 이뤄진 상황을 전했다.
 
당초 한국 측은 외환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해 통화스와프 체결을 미국 측에 요구했는데, 이는 성사되지 않은 반면 미국 측이 우리 측이 제시한 분할 투자 방식과 연간 투자액에 동의를 하면서 성사가 된 것이다.
 
미국 측이 합의에 나선 것은 다음 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과의 현안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합의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성과 중 하나로 평가받기 위함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합의의 가장 크게 영향력을 미친 것은 '국익'을 거듭 강조하며 미국 측의 요구 조건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협상단의 일종의 '뚝심'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9일 브리핑에서 "우리가 양보했으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타결) 시기 때문에 국익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다. 원칙대로 임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운영방식을 고려할 때, 회담 직전에 합의가 이뤄진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있지 않았겠느냐"며 "미국 측의 요구에 선뜻 동의하지 않고 끝까지 국익 중심으로 협상에 임한 것이 주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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