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접견에 앞서 국내 기업 대표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엔비디아와 아마존웹서비스(AWS), 오픈AI 등 굴지의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줄줄이 우리나라에 투자 계획을 밝혔다. 특히 핵심 AI 인프라에 해당하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줄줄이 들어설 전망이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PEC에서 "한국은 AI전환을 위한 최적의 시험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황 CEO는 최첨단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도 밝히면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AI 경쟁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AWS "2031년까지 AI 데이터센터 등 50억 달러 이상 투자"
가장 활발한 투자를 보인 곳은 AWS다. AWS 맷 가먼 CEO는 지난달 29일 오전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2031년까지 인천 및 경기 지역에 신규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총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AWS는 2031년까지 인천·경기 일대 신규 AI 데이터센터 구축할 계획이다. AWS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해 인천 중부 공업지역에 토지를 매입하는 등 경기·인천 지역을 투자처로 물색했다. 지난해부터 인천 서구 가좌동에는 100MW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앞서 AWS는 지난 6월에는 SK그룹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울산에 '울산 AI 존'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AI 존은 AI 특화 데이터센터로, 세계적 수준의 반도체 인프라와 AI 학습·추론 속도를 극대화하는 네트워크와 AWS의 AI 서비스가 통합 제공된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약 40억 달러(약 5조7천억 원) 규모가 투자될 것으로 보인다.
AWS는 현재까지 국내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 40억 달러(약 5조7천억 원) 이상 투자해 왔다. 추가 투자가 단행될 경우 향후 2031년까지 아마존의 국내 총 투자 규모는 약 90억 달러(12조6000억 원)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AWS가 국내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선 것은 최근 확장하는 AI 산업 때문이다. AI 연산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서비스 속도와 안정성을 높여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우리나라가 AI 고속도로 구축 정책 등 AI 인프라 지원이 활성화하면서, 구미를 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가먼 CEO는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AI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수다"라며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가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오픈AI, SK그룹과 서남권에 AI데이터센터 구축하기로
오픈AI도 국내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선다.
SK그룹은 이달 초 오픈AI와 한국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데이터센터 입지로는 광주나 전남 해남, 영광군 등이 거론된다. 다만 최근 2030년까지 총 5만장 규모의 AI 인프라를 목표로 추진 중인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의 데이터센터 부지가 해남 솔라시도로 정해지는 흐름이어서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국가AI컴퓨팅센터 사업 부지를 광주로 낙점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를 뒤집고 해남이 부상한 것이다.
해당 사업에 단독 입찰한 삼성SDS 컨소시엄이 계획대로 해남을 부지로 확정한다면, SK그룹-오픈AI 데이터센터는 광주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깐부' 젠슨 황, GPU 26만장 공급…AI DC 5~6개 지을 물량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열린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경주 엔비디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GPU 공급은 우리나라의 AI 인프라 확충에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이번 APEC에서 '깜짝 선물'로 최첨단 블랙웰 GPU 26만장을 우리나라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5~6곳을 새로 지을 수 있을 만큼의 많은 물량이다. 앞서 정부가 2028년까지 GPU 5만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숫자다.
구체적으로 엔비디아는 향후 삼성과 SK그룹, 현대차그룹, 정부에 각각 최대 5만장의 GPU를, 네이버클라우드에 6만장의 GPU를 공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이 블랙웰 5만 장으로 구성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엔비디아 H100 12만장을 보유한 테슬라와 비슷한 AI 연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웰의 연산 능력은 기존 제품의 최소 2배 이상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웰 6만 장을 확보한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에 고성능 GPU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되면서, '풀스택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컴퓨팅 인프라가 전례 없이 확대되는 만큼,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엔비디아 GPU 공급에 대한 브리핑에서 "확보량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3위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확충과 GPU 확보 소식은 그야말로 단비"라며 "향후 한국을 AI 데이터센터의 허브로 끌어올릴 기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