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 Technologies)가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대학 진학 대신 곧바로 실무를 경험할 수 있는 '메리토크라시 펠로우십(Meritocracy Fellowship)'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팔란티어는 "대학은 고장났다(College is broken)"는 내부 평가 아래, 대학 입시 제도와 교육 과정이 더 이상 실력과 탁월함을 기준으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번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팔란티어는 첫해에 500명 이상의 지원자 중에서 고교 졸업자 22명을 선발했다. 이들 펠로우십 참여자는 4개월간 병원, 보험사, 방위산업, 정부 프로젝트 등 회사에서 진행하는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성과 우수자는 정규직 채용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참여자들은 대학에 흥미 부진과 목표한 대학 진학 실패로 펠로우십에 지원했다고 WSJ는 전했다.
첫 기수로 선발된 매테오 자니니(18)는 브라운대 합격 통보와 국방부 전액 장학금 제안을 동시에 받았지만, 팔란티어 펠로우십을 택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주변의 모든 사람이 대학을 가라고 했지만, 스스로 판단해 팔란티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펠로우십은 4주간의 '서구 문명 세미나(Western Civilization Seminar)'로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미국 역사, 서구 사상의 기초, 링컨·처칠 등 서양 리더십 사례를 배웠고, 격주로 토론과 현장 학습을 병행했다.
팔란티어의 알렉스 카프 최고경영자(CEO)는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지만, 최근 실적발표에서 "요즘 대학생을 뽑는 건 그저 '수사(platitude)'에 참여한 사람을 채용하는 것과 같다"고 이전에 밝혔다. WSJ은 카프 CEO가 미국 대학이 더 이상 유능한 근로자를 길러내지 못한다는 인식 아래 직접 대안을 실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고교 졸업생이기에 여전히 미성숙하지만, 실무 현장에서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며 "단순 인턴십이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이 미국 내 '대학 무용론'을 가속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기든 로즈 전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편집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을 건너뛰는 게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는다"며 "일부에겐 효과적일 수 있지만, 보편적 모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팔란티어는 이번 프로그램이 끝나는 11월 말까지 평가를 마친 뒤, 일부 참가자에게 정규직 제안을 할 계획이다.